지난 13년간 매출 39조원 기록, 각국 '웃음코드' 실린게 히트 비결
"'포켓몬스터'를 디즈니의 '미키마우스'처럼 영속적인 문화상품으로 키울 것입니다. 일본 콘텐츠 사상 최대 수익을 거뒀고,지금도 흥행 행진을 지속하고 있으니 전망은 밝지요. "
일본 최대 출판사 쇼가쿠간의 캐릭터사업센터장이자 '포켓몬스터' 프로젝트의 총괄 프로듀서 구보 마사카즈씨(50)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부산에서 열린 '제8회 한 · 중 · 일 문화콘텐츠산업 포럼'에 참석했던 그는 일본에서 인기리에 상영 중인 포켓몬스터의 열두 번째 애니메이션 '아르세우스,초극의 시공으로' 흥행 실적을 비롯해 '해리포터'와 맞먹는 아시아 최대 문화상품으로 키운 스토리를 들려줬다.
"열두 번째 신작은 7월 일본에서 개봉돼 지금까지 45억엔(585억원 · 일본 연간 극장 흥행 수입 5위권)의 수입을 올렸고 추가 수익이 예상됩니다. 한국에서는 12월 개봉할 예정이죠.극장용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편당 평균 46억6000만엔의 흥행 수입을 기록했습니다. TV 애니메이션은 한국과 중국 등 74개국에서 방송되고 있습니다. "
'포켓몬스터' 신화는 1996년 2월 게임기로 일본 등 전 세계에서 대히트한 것으로 시작됐다고 그는 회고했다. 1997년 방송용 애니메이션과 함께 캐릭터 사업에 착수했고,1998년 극장용 장편영화를 처음 내놨다. 지금까지 거둔 총 매출은 약 3조엔(39조원)으로 '해리포터'와 비슷하다. 매출 비중은 게임기와 카드게임,방송 및 극장용 애니메이션 등이 각각 3분의 1씩을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디즈니와 차별화한 전략이 주효했습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주력하는 디즈니와 달리 우린 게임과 방송용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죠.디즈니가 라이선싱 사업을 펼친 것과 달리 캐릭터 상품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
그는 또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요소들을 고려했다고 술회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험과 우정에 싸움,컬렉션 등 취미활동을 내용에 넣었다. 또 극중 캐릭터가 절대 죽지 않도록 이야기를 꾸몄다. 부모들을 끌어들여 관객층을 넓히기 위해서였다. 각국 누구나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유머 코드를 넣는 데 각별히 신경썼다. 웃음이 없으면 감동도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탄생 13년째인 요즘도 여전히 인기를 얻는 비결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장르별로 다양한 스토리를 개발하는 각본가팀을 운영하고 있으며,각본가와 촬영진이 매년 세계 각국으로 헌팅 여행을 떠나도록 지원한다. 비용은 한 번에 무려 2000만엔에 달하지만 기획자들의 머리가 비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해주고 아이디어를 내놓도록 한다는 것이다.
"각국에서 론칭할 땐 어려움도 많았어요. 미국에서 방송 애니메이션을 처음 선보일 때 현지 관계자들은 캐릭터를 수정해 달라고 요구했지요. 미국인들은 몬스터처럼 무서운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저희 것은 너무 귀엽다는 거예요. 파트너인 닌텐도는 미국에서 게임기 판매에만 열중했지만 우리는 캐릭터가 중심이 되기를 원했어요. 그들을 설득하는 데 애를 먹었어요. "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이 강한 이유도 설명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세계 시장의 60~65%를 차지합니다. 이를 지탱하는 힘은 만화입니다. 만화는 스토리보드 역할을 합니다. 만화 원작을 다른 장르로 옮길 때 저렴한 비용으로 빨리 제작할 수 있습니다. "
한 · 중 · 일이 애니메이션을 공동 제작하는 방안도 내놨다. 자본과 기술 등으로 분담하는 방식은 실효성이 떨어지며 단일 프로젝트를 3국이 부문별로 나눠 제작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했다. 가령 007 같은 첩보원이 3국을 돌아다니며 문제를 해결하거나,혹은 모험가가 3국을 여행하는 이야기를 각국이 책임지고 만드는 식이다.
"공동 작업에 앞서 보안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합니다. 인터넷 불법 복제로 콘텐츠산업이 위기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죠.3국은 우선 저작권을 간단한 방식으로 증명해 삭제를 요청할 때 즉각 실행할 수 있는 공동 시스템을 제정해야 합니다. "
1959년 홋카이도에서 출생한 그는 1983년 와세다대 교육학부를 졸업한 후 쇼가쿠간에 입사,만화잡지 '코믹고타' 편집장을 거쳐 1993년부터 캐릭터 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