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기 공포가 해소되면서 월가 금융사들이 다시 새로운 파생상품을 만들어 떼돈을 벌 수 있는 방안을 궁리하고 있다.

5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월가 금융사들은 환자나 고령자가 든 생명보험 계약을 매입,이를 증권화해 유동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용위기 전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를 증권으로 만들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면 이번에는 보험상품 유동화를 통해 돈을 벌어보겠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은 소득이 적거나 신용이 낮은 사람의 주택저당채권을 매입해 이를 기초로 부채담보부증권(CDO)을 발행,유동화시키는 방식과 흡사하다. 금융사는 고령자나 환자 등 급전이 필요한 생명보험 가입자로부터 보험계약을 사들인다. 보험금이 100만달러인 경우 잔여수명을 따져 조기 계약정산(life insurance settlement)을 한다. 보험계약자는 계약을 해약할 때보다 20~200%가량 돈을 더 받을 수 있어 시장성은 충분하다는 게 월가 금융사들의 분석이다.

계약자가 예상보다 일찍 사망하면 투자자들은 큰 돈을 벌 수 있지만 반대로 오래 살면 손실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증권 발행 및 거래 중개 과정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금융사 입장에선 위험 없이 돈을 벌 수 있다. 투자등급 산정회사인 DBRS의 캐슬린 틸위츠 부사장은 "생명보험 유동화 방안이 아직 검토 단계지만 크레디트스위스 등을 포함한 금융사들의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부채담보부증권 외에도 구조화증권(SIV),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투자 위험이 큰 다양한 파생상품을 만들어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월가 금융사들이 다시 복잡한 기법을 동원해 돈벌이에 나서는 셈이다.

하지만 월가에 유리한 게 보험사는 물론 보험 가입자들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 특히 보험을 받아 생활비 등을 충당해야 하는 자식 입장에서는 보험계약 혜택을 보지 못해 부모 사망 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보험 상품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논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