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율적으로 통합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12가지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농어촌 특례입학'에 대한 대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하지 않아 농어촌 소재 고교들의 진학지도에 차질이 우려된다. 통합 이전에 군 지역 주민 자녀들이 누렸던 농어촌특별전형이 통합 이후 어떻게 바뀔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통합이 거론되는 농어촌 지역 학부모들은 지자체 통합으로 오히려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확실한 제도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2010학년도 수시모집에서 농어촌학생 특별전형을 실시하는 곳은 137개 대학으로 선발 인원이 9231명에 달한다.

◆불분명한 농어촌특례 기준

정부는 지난달 내놓은 지자체 자율통합 지원책에서 통합 지자체에 기숙형고교 · 마이스터고 · 자율형 사립고 지정 우선권을 주고 통합 이전에 군 지역 주민 자녀들에게 줬던 농어촌 특례입학 자격도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농어촌 특례입학 전형 기준은 각 대학의 장이 자율적으로 정하게 돼있다. 정부 발표와 달리 특례 자격이 유지될지 미지수라는 얘기다.

일선 대학들은 지자체 통합에 따른 특례전형 기준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세우지 않은 상태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김경범 교수는 "과거에는 읍 · 면 지역에서 동으로 바뀐 지역에 한시적으로 혜택을 준 일은 있지만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읍 · 면지역 중 도시지역과 통합이 추진되는 곳에서는 통합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충북 청주시와 통합이 추진되는 청원군의 한 학부모는 "농어촌 특례전형과 그렇지 않은 경우의 점수차가 크게는 수십 점에 달해 원하는 대학을 가려면 재수를 해야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이와 관련,시에 통합된 읍 · 면지역이 통합 이후 5년간 읍 · 면으로 특례를 적용받도록 교과부와 관련 대학에 협조 요청을 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비공식적인 협조요청'이어서 법적 강제력을 갖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특례 허용 기간도 모호

대학들이 정부 요청을 수용해 농어촌특례를 유지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각 대학들이 제각각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농어촌 특례혜택을 줄지 분명치 않아서다.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읍 · 면 지역이 동으로 바뀌는 시점에 고교를 다니는 학생까지 농어촌 특례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물론 행안부가 5년 동안 읍 · 면으로 취급되도록 시한을 명시한 만큼 통합지자체 출범 시점에서 5년째 되는 해에 고3이 되는 학생까지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통합 이후 농어촌 지역으로 이주한 학생과 기존 학생과의 형평성 문제를 어떻게 풀지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이 같은 이유로 통합 이후 농어촌 특례전형의 기준이 어떻게 정해질지 예측하기 힘들어 학부모들의 고민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학생 선발권은 원칙적으로 대학의 자율성에 맡겨둔 상태라 정부에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없다"면서도 "통합 지역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