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제품'을 특별 제작해 주는 맞춤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맞춤 품목도 명품 수트 · 구두 · 가방은 물론 골프장갑 · 운동화 · 아동복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소비자들이 '나만의 개성'과 희소성 있는 제품을 우선시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맞춤 서비스는 명품 브랜드들이 가장 적극적이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신체 사이즈를 측정해 기존 패턴을 변형해 제작해 주는 '수미주라' 이벤트를 이달 말까지 실시한다. 김승은 제냐 차장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수미주라는 극히 일부 브랜드에서 VVIP(초우량 고객)에게만 서비스했지만 명품이 대중화되면서 많은 브랜드들이 본사 장인들을 불러와 공개 이벤트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맞춤 서비스 덕에 제냐의 관련 제품 매출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브리오니'도 오는 9~11일 MTM(반맞춤) 서비스를 진행한다. 수석 재단사가 방한해 예약 신청을 한 고객에게 골격 · 근육 발달 정도 등 해부학적 특징과 개인 라이프스타일까지 분석해 '나만의 수트'를 제작해 준다.

프랑스 명품가방 '고야드'의 오더메이드(고객 주문 생산)와 마카주(프린팅) 서비스도 인기가 높다. 모자 · 시가 · 악기 · 와인 케이스 등을 맞춤 제작해 주는 오더메이드 서비스(500만~2000만원대)로 희소가치를 높이고 가족 대대로 물려줄 수 있다는 게 고야드 측의 설명이다.

또 19세기 귀족들이 여행할 때 자신의 물건을 구분하기 위해 트렁크에 이니셜이나 문장을 새기는 것에서 유래한 마카주 서비스(18만~23만원)는 매달 40~50명씩 이용한다. 직장인 김세형씨(33)는 "가방을 1년간 들다 보니 싫증이 났는데 나만의 디자인을 프린팅해 의미도 있고 새 가방을 산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110년 전통의 프랑스 명품 수제화 '벨루티'는 본사 수석 장인이 전 세계를 돌며 맞춤주문을 받는 비스포크(완전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맞춤서비스를 브랜드 이미지 제고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지난 5월 서울 도산공원에 문을 연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3000만원대 맞춤 가방인 '리키백'을 선보인 랄프로렌이 대표적.'에르메스' 가방에 버금가는 가격대로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아디다스도 '개성화 · 개인화 · 디지털화'를 내세워 지난해 11월 명동 매장에 최첨단 장비를 갖추고 맞춤 운동화를 제작해 주는 '마이 아디다스 존'을 마련했다. 사람마다 양쪽 발 사이즈가 조금씩 다르고 특별한 디자인의 커플 운동화를 원하는 젊은층이 많아 매장 매출이 지난해보다 3~4배나 급증했다.

코오롱FnC의 골프복 매장 '엘로드 힐스'(논현동)에서도 티셔츠 · 바지 · 모자 · 장갑 등 8가지 품목을 맞춤제작해 준다. 고객의 손과 발을 정밀 스캐닝해 골프 장갑과 골프화를 만든다. 맞춤 티셔츠 · 바지는 기성 제품과 가격이 같고,골프 장갑은 5만8000원,맞춤 밑창은 12만원이다.

어른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맞춤복이 아동복에도 등장했다. 파스텔세상의 '닥스키즈'가 아이들의 체형 편차가 큰 점에 착안해 2~8세 아동의 맞춤 정장을 선보인 것.100만원대의 고가임에도 출시 2주 만에 50건의 주문을 받았을 정도로 '골드맘' 사이에서 반응이 폭발적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알아두면 유용한 '맞춤' 용어

▷비스포크(Bespoke)

고객이 원하는 대로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주는 완전맞춤.17세기부터 쓰인 개념으로 'bespeak'의 과거분사에서 파생된 말.

▷MTM(Made to Measurement)

치수 측정에 따라 만들어진다는 의미.대개 반맞춤을 지칭.

▷수미주라(Su Misura)

기본 패턴을 구비하고 고객에게 입어보게 한 뒤 취향에 따라 디테일을 변형해 몸에 정확하게 맞추는 반맞춤복.

▷테일러 메이드(Tailor Made)

명장이 만든 옷이나 제품.측정부터 마무리까지 명장이 직접 관여해 만들었다는 표시.

▷오더 메이드(Order Made)

고객 주문 방식의 맞춤.의류는 물론 가방,구두,모자,가구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