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이 달라졌다. 늦더위의 열기가 싹 가셨다. 불과 며칠 사이다. 휴가지의 파도 소리가 아직 귓가에 남아 있어서인지 제법 서늘해진 아침 공기가 무척이나 생경하다. 지금은 남서 하늘로 내려가는 처녀자리의 주인공 페르세포네의 발걸음에 코드를 맞춰야 할 때.몸은 물론 마음까지 확 바꿔 가을기운에 동조해야 탈이 없다. 그게 쉽지는 않다.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몸도 마음도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어서다. 스파를 즐기고 와인을 곁들인 식사가 이어지는 럭셔리 투어는 어떨까. 지난해 스키시즌에 개장한 곤지암 리조트가 제격이다. 곤지암리조트는 본격 스파 프로그램이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 곳.때마침 지난 4일 개장한 국내 최대의 와인카브(동굴와인저장고)도 눈길을 끈다.



#와인카브와 레스토랑

곤지암 리조트의 와인카브 이름은 '라 그로타'.이탈리아어로 '동굴'이란 뜻이다. 와인 10만병을 저장할 수 있는 규모인데 인공으로 판 와인카브로는 국내 최대 규모라고 한다. 높이 5.4m,폭 8m에 길이는 총 100m이다. 'ㅂ'자를 뉘어놓은 구조로 돼 있다.

리조트를 지을 때 발생한 흑운모 편마암을 활용해 만든 입구에 들어서면 식당이 나온다. 이탈리아의 대중식당인 트라토리아 풍이라고 한다. 동굴 벽면은 파들어간 그대로가 아니다. 나중에 돌파편이 떨어지는 사고를 아예 없애기 위해 마감재를 써 전체를 깔끔히 정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지역의 모던한 와인카브 분위기다. 레스토랑의 좌석은 72석.바다내음을 느낄 수 있는 루콜라와 모시조개로 맛을 낸 크림소스 파스타,뜨거운 돌판에 올린 그릴구이 스테이크 등 무겁지 않은 메뉴를 골라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다. 메뉴는 가족 또는 연인끼리 즐길 수 있도록 패밀리와 레귤러 사이즈로 구분했다. 스테이크는 그람(g) 단위로 판매한다.

레스토랑 끝으로 'ㄱ'자 형태의 동굴이 이어져 있다. 365일 12~15도의 온도와 70~80%의 습도가 유지되는 본격 와인셀러다. 총 10만병의 와인을 보관할 수 있는데 리조트 회원을 위해 1만7000병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을 떼어 두었다. 회원 1인당 12병의 와인을 무료로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저장할 와인은 다른 데서 구입해 가져올 수 없다.

김희전 소믈리에는 "현재 보관 중인 주력 와인은 5만~7만원짜리이며 가장 비싼 것은 630만원 하는 프랑스산 '라뚜르82'다"고 말했다. 그는 "6개월이나 1년에 한 번 특가판매 행사를 벌일 예정"이라며 "리스트 가격보다 최고 절반가량 싸게 구입해 보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스토랑 중간에 반대편 와인셀러로 이어지는 와인시음장이 있다. 와인을 시음하고 와인강좌도 듣는 와인문화 공간으로 점잖은 모임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

#고품격 데스티네이션 스파

와인카브에서 입맛을 돋웠다면 스파로 몸을 달랠 차례다. 국내 최초의 본격 데스티네이션 스파인 '스파 라 스파'로 향하자.데스티네이션 스파는 스파 그 자체를 여행의 목적으로 해도 좋은 스파를 말한다. W호텔의 '어웨이 스파'로 잘 알려진 웰컴사와 '후 스파 팰리스'를 운영하는 LG생활건강과 제휴,미국 캘리포니아 스타일의 스파로 개발했다. 개개인의 체질측정을 통해 건강상태를 측정한 뒤 1 대 1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으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아준다고 한다.

스파는 6600㎡(2000평) 규모로 크게 실내 돔과 실외 스파존을 중심으로 한 '패밀리 스파''웰니스 스파'로 구성돼 있다.

웰니스 스파는 3시간짜리 스피드 웰빙 프로그램과 6시간짜리 하프데이,12시간 지속되는 원데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름다운 크리스털 보울(Bowl)로 뇌파와 유사한 파장의 소리를 내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뮤직&사운드 테라피'가 이색적이다. 감성조명과 요가를 결합한 '요가&필라테스',아쿠아 풀에서 강사와 함께 간단한 운동으로 몸을 푸는 '아쿠아 엑서사이즈&플로팅',시원한 음악과 함께 몸을 움직이는 '재즈 댄스',따뜻한 돌을 어깨 허리 복부에 올려놓고 피로에 뭉친 근육을 풀어주며 각종 허브약재의 온열을 통해 마사지하는 '스톤&파인다 테라피',그리고 스파를 마무리짓는 '후스파 팰리스'의 웰니스 프로그램 등 독특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스파푸드 전문 레스토랑 '스파 퀴진'에서는 웰니스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개개인의 체질에 맞는 유기농 식단을 무료로 제공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여행 Tip

서울에서 올림픽대로(미사리방면)~중부고속도로/서울외곽순환도로~동서울 톨게이트~중부고속도로~곤지암 나들목~이천방향 700m 전진 후 도자기엑스포공원을 지나 도척면 방면 우회전~안내표지판을 따라 우측도로 진입~곤지암리조트.내비게이션에 곤지암리조트 또는 곤지암CC를 입력하면 된다.

캐주얼하고 대중적인 트라토리아를 표방하는 와인카브 레스토랑의 특화메뉴 중 하나인 '바다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성게 알 크림소스 스파게티'는 2만4500원,'불에 뜨겁게 달군 돌판에 올린 그릴 구이 스테이크'(230g)는 2만9500원.

스파코스는 3시간 프로그램(13만2000원)과 6시간 코스인 하프데이 프로그램(19만8000원),그리고 12시간 코스인 원데이 프로그램(30만8000원).인도어 풀의 스파만 원하는 이들을 위한 패밀리 스파프로그램도 있다. 어른 1인당 주중 3만8000원,주말 3만8500원.(031)8026-5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