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에 따른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부동산 가격 급등의 주원인이 실수요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7일 "부동산, 나아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은행권주택담보대출이 매달 수 조원씩 증가하고 재건축 아파트를 비롯해 강남 3구 아파트 가격이 직전 고점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하면서 '유동성 고삐 죄기'에 대한 조치가 본격 시행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나 이번 아파트 가격 상승은 지난 03~05년 당시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일단 2003년 가격 급등 당시에는 매매가격이 전세가격보다 훨씬 먼저, 그리고 빨리 오르면서 전세 대비 매매 가격 비율이 가파르게 치솟았지만 이번 경우에는 그 반대다. 전세 가격보다 매매가격이 더 빨리 빠졌고 반등할 때도 전세가격보다 매매가격이 더 늦게 올랐다.

그는 "이는 이번 부동산 가격 급등의 주 원인이 실수요에 있을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며 "실제로 작년부터 강북 지역을 중심으로 재개발 등으로 멸실 가구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공급 부문에서 생긴 균열이 전세가격 상승,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03~05년처럼 과잉 유동성이 문제였다면 모든 지역의 부동산 경기가 달아올라야 하지만 아직 미분양이 심각한 대구지역을 비롯해 인천 등 지방은 매매가격이 아직도 작년 말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전세가격이 이미 7월에 작년 말 가격을 회복한 것에 비하면 대조적이다.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을 아직 본격 검토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국증권은 예상했다.

박 연구원은 "지난 주 정부가 4분기에 집행될 예정이었던 예산을 3분기에 일부 앞당겨 집행키로 결정했는데 이는 아직 우리 정부 정책의 초점이 경기부양에 맞춰져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DTI 규제 시행은 일단 금리 이외의 수단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해보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부동산을 잡자고 경기 전체를 잡는 우(愚)를 범하고 싶어할 리 없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