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칼럼] 간판을 돌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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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실업야구의 퇴조와 함께 부흥기를 맞은 고교 야구. 이 고교야구에 대한 향수가 아직도 야구팬들에겐 강하게 남아 있다. 나만해도 그렇다. 전국에서 야구 명문 고등학교가 동대문 운동장에서 시합을 벌일 때면 흑백 텔레비전 앞에 온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고교야구를 보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80년대 초,평소에 알고 지내던 한 노처녀 아가씨가 강남 부근에 카페를 하나 내고 싶다면서 "법사님,좋은 이름 있으면 하나 지어주세요. 법사님께서 지어주시면 왠지 가게가 잘 될 것 같은거 있죠?"라고 부탁해 왔다.
난데없이 가게 이름이라니…. 순간 당황하긴 했지만 노처녀 아가씨의 청을 거절할 수 없어 곰곰이 생각하다 "고향이 어디였죠?"라고 물었고,그녀는 "군산인데요. 혹시 생각나시는 이름이라도 있으세요?"라고 대답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내 머릿속에 9회말 역전의 명승부를 펼쳤던 '군산상고'가 떠오르는 게 아닌가. 나는 그 즉시 그녀에게 "예전에 고교야구하면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가 유명했지요. 특히 군산상고의 9회말 역전 장면은 야구팬들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명장면 중의 명장면이 아닙니까? 아가씨 고향이 군산상고가 있는 군산이니, 까페 이름을 '9회말'이라고 지으면 어떻겠습니까?"
"9회말이요?"
아가씨는 한두번 고개를 갸웃거리더니,"법사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이니까,9회말로 하지요!"라고 말하곤 바로 다음날 큼지막하게 '9회말'이라는 간판을 달았다.
그런데 간판 덕분이었는지 30,40대 고교야구에 진한 향수를 갖고 있던 남성분들이 이 카페 단골이 되어 주었고,차츰 매상도 쑥쑥 오르더니 그 일대에서 잘나가는 카페로 자리를 굳힌 것이 아닌가.
한두 번 그 근방을 지날 때면 '9회말' 카페에 들려 인사를 나누곤 했는데 한 5년쯤 지났을까. 불현듯 그 노처녀 아가씨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법사님! 큰일났어요! 우리 가게 문 닫게 생겼어요!"
놀란 나는 물었다.
"아니 가게가 문을 닫다니요?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라고.
그러자 그 아가씨 왈.
"우리 가게가 '9회말'이잖아요? 그런데 우리 가게 옆에 '연장전'이라는 카페가 생겼어요! 어쩌면 좋죠?"
나는 '허허'하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9회말 다음이 연장전이니 어찌 이길 도리가 있겠는가.
허탈해하는 그녀에게 위로하며 "이제 장사 그만하고 시집가라는 뜻 아니겠습니까? 좋은 남자 만나 새 보금자리에서 1회초부터 다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얼마 후 나는 그녀에게서 온 청첩장을 하나 받게 되었다. 카페에서 알게 된 건실한 노총각과 웨딩마치를 울리게 되었다면서 꼭 결혼식에 참석해달라는 당부의 말이 적혀 있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이탈리아의 유명한 스파게티 음식점이 밀집한 먹자골목엔 이런 간판이 붙어있다고 한다.
‘로마에서 가장 맛있는 집’
그런데 앞집 스파게티 가게 이름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맛있는 집’.
다음 가게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집’.
마지막 가게의 간판이 걸작이었다.
‘이 골목에서 가장 맛있는 집’.
자영업 사장님이시라면 지금 걸린 간판을 잘 살펴보시라. 누구와 경쟁하고 있는 간판이름인지. (ho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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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초,평소에 알고 지내던 한 노처녀 아가씨가 강남 부근에 카페를 하나 내고 싶다면서 "법사님,좋은 이름 있으면 하나 지어주세요. 법사님께서 지어주시면 왠지 가게가 잘 될 것 같은거 있죠?"라고 부탁해 왔다.
난데없이 가게 이름이라니…. 순간 당황하긴 했지만 노처녀 아가씨의 청을 거절할 수 없어 곰곰이 생각하다 "고향이 어디였죠?"라고 물었고,그녀는 "군산인데요. 혹시 생각나시는 이름이라도 있으세요?"라고 대답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내 머릿속에 9회말 역전의 명승부를 펼쳤던 '군산상고'가 떠오르는 게 아닌가. 나는 그 즉시 그녀에게 "예전에 고교야구하면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가 유명했지요. 특히 군산상고의 9회말 역전 장면은 야구팬들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명장면 중의 명장면이 아닙니까? 아가씨 고향이 군산상고가 있는 군산이니, 까페 이름을 '9회말'이라고 지으면 어떻겠습니까?"
"9회말이요?"
아가씨는 한두번 고개를 갸웃거리더니,"법사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이니까,9회말로 하지요!"라고 말하곤 바로 다음날 큼지막하게 '9회말'이라는 간판을 달았다.
그런데 간판 덕분이었는지 30,40대 고교야구에 진한 향수를 갖고 있던 남성분들이 이 카페 단골이 되어 주었고,차츰 매상도 쑥쑥 오르더니 그 일대에서 잘나가는 카페로 자리를 굳힌 것이 아닌가.
한두 번 그 근방을 지날 때면 '9회말' 카페에 들려 인사를 나누곤 했는데 한 5년쯤 지났을까. 불현듯 그 노처녀 아가씨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법사님! 큰일났어요! 우리 가게 문 닫게 생겼어요!"
놀란 나는 물었다.
"아니 가게가 문을 닫다니요?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라고.
그러자 그 아가씨 왈.
"우리 가게가 '9회말'이잖아요? 그런데 우리 가게 옆에 '연장전'이라는 카페가 생겼어요! 어쩌면 좋죠?"
나는 '허허'하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9회말 다음이 연장전이니 어찌 이길 도리가 있겠는가.
허탈해하는 그녀에게 위로하며 "이제 장사 그만하고 시집가라는 뜻 아니겠습니까? 좋은 남자 만나 새 보금자리에서 1회초부터 다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얼마 후 나는 그녀에게서 온 청첩장을 하나 받게 되었다. 카페에서 알게 된 건실한 노총각과 웨딩마치를 울리게 되었다면서 꼭 결혼식에 참석해달라는 당부의 말이 적혀 있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이탈리아의 유명한 스파게티 음식점이 밀집한 먹자골목엔 이런 간판이 붙어있다고 한다.
‘로마에서 가장 맛있는 집’
그런데 앞집 스파게티 가게 이름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맛있는 집’.
다음 가게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집’.
마지막 가게의 간판이 걸작이었다.
‘이 골목에서 가장 맛있는 집’.
자영업 사장님이시라면 지금 걸린 간판을 잘 살펴보시라. 누구와 경쟁하고 있는 간판이름인지. (ho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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