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광주광역시 북구 임동 무등야구장 주변에 식당을 차린 박춘식씨(62)는 자신의 개업 결정이 옳았음을 부쩍 느끼고 있다. "운동장 주변의 부동산 가격이 비교적 싼 데다 소득이 많아지면 스포츠 · 레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경기장 주변에 개업했다"는 그는 "기아 타이거즈의 인기몰이로 관중이 크게 늘면서 장사하는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야구장 주변으로 유턴하는 점포들

선두를 달리고 있는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인기몰이가 연고지인 광주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후끈 달아오른 프로야구 열기로 시민들이 꽉 닫혔던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7일 현재 기아는 2위 SK 와이번즈에 3게임 앞선 선두.기아가 우승하면 1997년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가 통산 9번째 우승을 차지한 이래 12년 만이다. 시민들은 벌써 기아의 우승 예감에 열광하고 있다. 홈경기가 열리는 날 무등경기장 주변은 인파로 넘쳐난다. 올 시즌 광주구장 만원 사례는 모두 18번에 달한다. 1996년 세워진 역대 최대 기록 13번을 이미 갈아엎었다.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가 부산 사직구장에서 세운 21번의 만원 사례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남은 홈 7경기 중 2위 SK와 빅매치를 포함해 매 경기가 정규리그 우승의 주요 분수령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평일이었던 지난 3일에는 경기장에 못 들어간 6000여명이 발길을 돌리는 사태까지 벌어졌으며 암표상까지 12년만에 다시 등장했다.

인파가 몰리면서 경기장 주변 점포와 상가의 매출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 13년째 노점상을 하며 통닭 술 음료 등을 팔아온 김모씨(57)는 "하루 1만~2만원도 버거웠던 매출이 10만~20만원 정도까지 쉽게 넘고 있다"며 "기아의 성적이 오르면서 사람들의 인심도 한층 후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무등경기장 주변을 떠났던 점포들도 유턴하고 있다. 그동안 무등경기장 주변은 지난 12년간 해태 및 기아 타이거즈의 초라한 성적표처럼 도심공동화가 급격히 진행돼왔다. 그랬던 곳에 상점과 식당들이 하나 둘씩 돌아오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유동인구 늘어 아파트 분양도 활기

무등경기장 인근 미분양 아파트들도 유동인구가 늘고 각종 편의시설이 확충된 데 힘입어 분양에 속도를 내고 있다. 2년 전 분양을 시작한 임동 한국아델리움의 경우 전체 550세대 중 절반 가까이 주인을 못 찾았지만 올 들어 매수자가 부쩍 늘어 지난달 분양이 마감됐다.

입주민 이선우씨(44)는 "미분양 물량 탓에 지난해만 해도 아파트값이 분양가를 밑돌았지만 매수자들이 늘면서 오름세로 돌아섰다"며 "그동안 괴로운 소음으로만 느꼈던 운동장의 응원 함성이 요즘에는 구슬 구르는 소리처럼 들린다"고 밝혔다.

타이거즈의 인기몰이는 야구장과 가까운 고속버스터미널 인근 상가와 음식점에도 확산되는 추세다.

과거와 달리 관중이 젊은층으로 바뀌면서 이들이 경기를 전후해 쇼핑 등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고속터미널 부근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석현씨(39)는 "경기가 끝나면 몰려드는 손님들로 터미널 일대가 불야성"이라며 "매출도 평소보다 2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기아구단은 관중 증가를 구단 재정자립도 제고에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김조호 단장은 "인구 145만명인 광주에서 1000만명을 배경으로 마케팅을 벌이는 일본 미국 프로야구단을 벤치마킹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면서도 "그동안 모바일 문자서비스와 젊은층의 단체입장을 겨냥한 '네이밍데이' 등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확인한 만큼 보다 적극적인 브랜드마케팅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1996년 역대 최다관중 46만명은 물론 그동안 불가능하다 여겨졌던 50만 관중도 올해는 넘어설 전망이어서 현재 논의 중인 야구장 신축만 성사되면 구단 흑자전환 분기점인 100만 관중 유치도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야구장 신축을 위한 검토가 막바지 단계여서 이르면 다음 달 신축 계획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광주구장 100만 관중 시대 진입도 서서히 무르익고 있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