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나게 외국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몰아볼까, 실속 있는 국산 SUV를 탈까. '

SUV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다. 마음 같아서는 수입 SUV를 몰고 싶지만 값이 만만치 않다. 국산 SUV를 타자니 왠지 성능이 수입차보다 떨어질 것 같다. 둘 다 틀렸다. 수입차 가격은 많이 싸졌다. 국산차의 품질은 일취월장했다. 성능 우위와 가격 우위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제 몸에 맞는 SUV를 고를 수 있다.

국내에 선보인 수입 SUV 중 1위 모델은 혼다 CR-V.작년에만 3113대가 팔렸다. 수입 승용차까지 합쳐도 전체 3위다. 그만큼 CR-V 마니아가 많다는 얘기다. 1995년 첫 출시 이후 전 세계 160개국에서 250만대가량 팔렸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에 맞서는 국산 SUV는 지난달 선보인 현대자동차의 '투싼ix'다. 기존 투싼과 이름만 같을 뿐 완전히 새로운 성능으로 태어난 차다. 투싼ix 2.0 LMX20 프리미엄(경유 모델)과 CR-V 2.4(휘발유 모델)를 비교했다.


▶▶▶ 투싼ix, 엔진출력 8% 우세

객관적인 동력 성능 면에서는 투싼ix가 앞선다. 신형 투싼의 최고 출력은 184마력으로 CR-V 대비 8% 우위다. 최대 토크는 각각 40㎏ · m와 22.4㎏ · m로 79% 우세하다. 투싼ix가 경유차임을 감안해도 힘이 좋은 편이다. 고속도로에서 두 차가 마음껏 경주를 한다고 치면 투싼ix가 CR-V를 앞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순간 가속력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투싼ix에 장착한 디젤 엔진은 현대차가 순수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 국내 디젤 엔진 전문가인 전광민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가 "현대 · 기아차의 디젤 엔진 기술은 유럽의 글로벌 메이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동력 성능의 차이는 현대차의 엔진 기술이 그만큼 빨리 성장했다는 방증이다. 현재 판매 중인 혼다 CR-V 3세대 모델은 2006년 10월에 출시됐다. 조만간 4세대 모델이 등장하면 또 다른 경쟁이 펼쳐지겠지만 현재로서는 투싼의 한판승이 분명하다. 게다가 신형 투싼이 1000만원가량 저렴하다.


▶▶▶ 조용한 CR-V, 안전성에 중점

혼다 CR-V의 최대 장점은 역시 정숙성이다. 아무리 조용해졌다고 해도 디젤 엔진을 탑재한 투싼ix는 저속 시내 주행 때 창문을 열면 소음이 귀에 박힌다. CR-V의 공기저항계수는 0.39에 불과해 세단 수준이다. 가장 조용한 세단에 속하는 메르세데스벤츠 E350과 제네시스의 공기저항계수는 각각 0.28과 0.27이다. 이 계수가 낮을수록 소음이 적다.

안전성은 특별히 비교할 만한 계량화된 수치는 없지만 오랜 양산 경험을 갖고 있는 혼다 쪽에 무게가 실린다. CR-V가 채택한 'G-CON(G-force control) 차체'는 피해자의 상해 정도를 줄이고 동시에 탑승자의 생존 공간을 확보하도록 설계했다는 게 혼다 측의 설명이다.


▶▶▶ 편의장치는 투싼ix가 좋아

디자인은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투싼ix가 쿠페 느낌을 가미해 좀 더 젊은 감각에 맞다. 겉으로 보기에 차체는 CR-V가 좀 더 커보이지만 실제 실내 공간과 관련 있는 축거(앞바퀴 중심축과 뒷바퀴 중심축 사이의 거리)는 투싼이 오히려 20㎜ 넓다.

편의장치들도 투싼ix가 신차답게 다양하다. 어지간한 고급 세단 뺨칠 정도다. 지붕엔 요즘 유행하는 파노라마 선루프를 적용했다. 하이패스 시스템에 후방 카메라까지 갖췄다. 18인치 알로이 휠,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2열 시트 열선,음성인식 블루투스 핸즈프리,경제운전 안내 시스템,AUX & USB 단자 등이 모두 CR-V에는 없는 장치들이다.

CR-V에는 '컨버세이션 미러(Conversation Mirror)'가 특징적이다. 운전자와 뒷좌석 탑승자의 의사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거울로 뒷좌석에 어린이가 탔을 경우 상황 파악이 가능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크루즈컨트롤도 CR-V에만 있고 투싼ix에는 없는 기능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