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의 준중형 자동차 '라세티' 설계도면 등이 러시아 자동차 회사로 유출돼 '복제차'가 개발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형사5부(부장검사 김석우)는 러시아 자동차회사 타가즈에 GM대우의 자동차 핵심 개발기술을 빼돌린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위반)로 전직 GM대우 연구원 출신인 타가즈코리아 연구개발센터장 황모씨(43)와 총괄팀 부장 정모씨(43)를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황씨는 1993년부터 GM대우에 근무해오다 2006년 10월 퇴사,타가즈코리아에 입사했다. 그는 신차개발을 총괄하던 중 2007년 7월 라세티 차체와 섀시 관련 설계도면 파일 2103개와 기술표준문서 파일 1534개가 저장된 외장형 하드디스크를 차체설계팀장 등에게 건네면서 이를 타가즈코리아가 개발중인 신차 설계에 사용하도록 지시했다. 정씨는 지난해 초 타가즈코리아로 스카우트되면서 GM대우 퇴사 직전 자동차 개발에 필요한 설계와 기술표준문서 파일 등 6437개의 파일을 외장형 하드디스크로 내려받아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황씨와 정씨가 유출한 파일에 담긴 기술이 타가즈코리아가 지난 4월 선보인 배기량 1400~1600㏄급의 준중형 신차 'C-100'에 일부 응용된 점을 확인했다. 검찰은 파일 분석을 통해 라세티 설계 기술이 C-100 개발에 어느 정도까지 활용됐는지를 조사하는 한편 타가즈코리아 관계자 2~3명을 수사 대상에 올려놓고 기술유출 여부를 수사중이다.

GM대우 관계자는 "라세티를 복제한 것으로 보이는 타가즈의 차는 지난 4월께 러시아에서 열린 한 모터쇼에 C100이라는 이름으로 출품됐지만,아직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시판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러시아로 빼돌려진 핵심기술이 다른 곳에 2 · 3차로 유출됐는지 알 수 없고,따라서 피해 규모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GM대우는 지난해 '라세티 프리미어'를 출시하면서 2002년 개발된 라세티의 국내 시판을 줄여왔다. 현재 이 차는 동유럽과 인도 등지에 GM의 '시보레' 브랜드로 수출하고 있다.

한편 타가즈코리아 임원 김모씨(49)가 기술유출과 관련,지난 3일 검찰에 소환돼 참고인 조사를 받은 후 다음날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회사 지하 1층 작업장에서 목을 매 숨져 경찰이 경위를 확인 중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