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으로 나 편하자고 또다시 깡통을 길 아래로 차버리지 않겠다. 의료보험 개혁을 주장하는 최후의 대통령이 되기로 했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일 가진 의회 상 · 하원 합동연설을 통해 취임 이후 어느 때보다 의료보험 개혁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자동차 운전자들이 면허증을 갖는 것처럼 전 국민이 의료보험증을 갖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민간과 경쟁하는 공공보험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원칙도 재확인했다.

오바마는 "미국은 지구상에서 제1의 민주주의 국가이고,제1의 부국이면서도 병력이 있다고 보험 가입과 적용을 거부당하고,직장을 옮겼다고 보험 적용을 퇴짜맞는 나라"라며 의보 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현재 미국의 건강보험은 △고용주와 고용인이 공동 부담하는 민간보험 가입자(1억5800만명,전 국민의 53%) △시중 민영보험 가입자(1500만명,5%) △65세 이상 노년층 대상의 공공보험인 메디케어 가입자(4200만명,14%) △저소득 서민층을 위한 공공보험인 메디케이드 가입자(3900만명,13%) 등 4종류로 구분된다. 여기에 속하지 않는 무보험자는 47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5%에 해당한다.

오바마는 "미국민들은 다른 국가들보다 개인당 150%의 의료비를 더 치르면서도 건강하지 않은 국가며,전체 의료비용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7%(2007년 기준 2조3000억달러)나 차지하는 국가"라고 개탄했다. 실제로 이런 추세라면 2025년께 GDP의 25%까지 의료비용이 치솟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오바마는 때문에 비용을 줄이면서도 4700만명에게 보험 혜택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핵심은 민간 보험사들과 경쟁해 보험료를 낮추는 공공보험의 도입이다. 하지만 공화당과 보수진영은 불법 이민자들까지 보험을 적용하고,정부 관료들이 '죽음의 패널(데스패널)'을 구성해 비용을 감축하는 과정에서 결국은 노년층의 의료 혜택을 줄이는 게 아니냐고 공격하고 있다. 사회주의 제도라는 딱지까지 붙였다.



오바마는 이와 관련,"의보 개혁을 둘러싼 이념이나 정치게임의 시간은 지났으며,이제 행동할 때"라고 강조했다. 데스패널과 불법 이민자의 보험 적용은 낭설이며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조 윌리슨 공화당 의원은 "당신이 거짓말하고 있다"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오바마는 이어 "34개주에서는 5개 정도의 민간 보험사들이 전체 보험 시장의 75%를 장악하고 있으며,앨라배마주의 경우 한 개의 보험사가 약 90%를 차지해 경쟁이 없다보니 보험료가 치솟고,병력이 있는 사람들은 보험 가입을 거부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는 따라서 공공보험 도입 원칙에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반대진영이 경쟁을 촉진하는 다른 대안을 가지고 오면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공공보험은 사립대학 체제를 저해하지 않고도 학생들에게 대학 선택 폭을 넓혀주는 공공대학 제도와 같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국민들이 여러 보험상품을 싸게 살 수 있도록 보험거래소를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렇게 보험을 확대하면 향후 10년간 9000억달러의 비용이 추가로 들겠지만 기존 보험체계에서 낭비와 남용을 줄여 비용을 충당할 것이라고 했다. "1다임(10센트)이라도 재정적자를 늘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1933년 사회보장제도가 첫 도입될 때나 1965년 메디케어가 도입될 당시 사회주의 제도며 지나친 정부 개입이라는 반발이 있었으나 정착됐다고 강조했다.

미국 대통령이 연초 국정연설 외에 상 · 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는 것은 흔치 않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연설은 건강보험 개혁의 성패가 오바마 대통령 자신뿐만 아니라 민주당 정권의 내년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번 연설에 대한 여론이 앞으로 건강보험 개혁 추진 과정에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날 연설에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 스티븐 추 에너지장관을 제외한 각료 전원이 배석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