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진 장미넝쿨 아래
빛바랜 빨간 우체통
누군가의 소식이 그리워진다
망초꽃 여름내 바람에 일던
굽이진 저 길을 돌아가면
그리운 그 사람 있을까
9월이 오기 전 떠난 사람아
지난해 함께 했던 우리들의 잊혀져 가는
그리움의 시간처럼
타오르던 낙엽 타는 냄새가
올가을 또한 그립지 않은가
가을 오기 전
9월.
9월에 그리운 사람아.
-최영희 ‘9월에 부르는 노래’ 전문-
시는 짧은 글로 표현하지만,그 어떤 동영상 보다 리얼할 때가 있다. 이 시가 그렇다. 구절 구절 눈앞에서 동영상으로 살아 움직인다.
빛바랜 빨간 우체통을 지나쳐 굽이진 길을 돌아가지만,그리운 사람은 보이지 않고….
축처진 어깨. 정염(情炎)은 어느 덧 낙엽되고, 낙엽타는 냄새는 추억을 퍼뜨릴 뿐. ‘9월의 노래’를 만든 작곡가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남궁 덕 문화부장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