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이른 아침,휴일인 데도 한국MSD 파이낸스 부서 양원준 과장의 발걸음은 바쁘기만 하다. 주머니에는 롯데 자이언츠의 야구 경기 티켓이 들어있지만 양 과장의 목적지는 야구장이 아니다. 같은 시간,영업부서의 심유진 과장도 잠에 빠진 남편을 뒤로한 채 분주하게 집을 나선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심 과장의 동생 심효정 대리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이른 아침부터 쇼핑이라도 가려는 걸까. 평소 스타일리시하기로 소문난 심 과장이 낡은 티에 운동화 차림인 것으로 봐 그건 아닌 듯하다.

색다른 휴일 아침을 맞는 우리는 바로 한국MSD의 사내 봉사단체 '러브 인 액션(Love in Action)' 가족들이다. 미혼이기에 봉사보다 소개팅이 더 급할 법한 양 과장,늦잠을 좋아하는 심유진 · 효정씨 자매도 누군가를 돕는 아름다운 일에 동참하기 위해 기꺼이 휴일을 반납하는 것이다. 또 다른 러브 인 액션의 가족,박창범 영업 지부장은 최근 있었던 봉사에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와 뜻깊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러브 인 액션'은 각 부서에서 자원한 12명의 리더들을 중심으로 독거 노인 및 어린이들을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매월 셋째주 토요일 오전이면 20~30명의 직원들이 모여 회사가 위치한 서울 마포구 지역의 독거 어르신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해 드린다. 어르신들과 그간의 이야기도 나누고 집안일도 도와드리는 훈훈한 시간이다. 또 젊은 직원들은 강동구의 보육원을 찾아 미취학 아동들과 함께 동화책도 읽어주고 놀이터에 가서 공차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지난 4월에는 봉사교육과 함께 시각장애인 체험 교육을 받기도 했다. 안대를 단단히 동여매자 한걸음 한걸음이 무섭게 느껴졌다. 서로의 손과 어깨에 의지하더라도 어찌나 무섭던지.계단을 오르고 내릴 때는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나기도 했다. 경사가 고르지 못하고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사람들로 넘쳐나는 거리,복잡한 지하철 등 시각장애인분들에게 더없이 불편할 우리 주변 환경이 새삼 부끄러워졌다.

우리 봉사단의 식료품 배달 서비스는 독거 노인 및 저소득층을 위해 무료로 식료품을 제공하는 마포구 행복나눔 푸드마켓과의 연계로 이뤄졌다. 멀리까지 나오시기 힘든 어르신들을 위해 우리 봉사단이 직접 배달에 나선 것이다. 식료품 배달을 받는 한 할머니는 "글을 읽지 못해 푸드마켓까지 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맨 적이 있다"며 "오전 9시에 집을 나섰는데 지하철을 계속 잘못 타는 바람에 푸드마켓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였다"는 말씀을 하시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이처럼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우리를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며 고마워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눈물이 앞을 가리기 일쑤다. 일제시대 징용으로 끌려갔다가 돌아오신 후 평생 혼자 사시는 한 할머니는 우리가 꼭 자식이나 손자같다면서 매달 우리가 오는 때를 손꼽아 기다리신다고 한다. 어려운 형편에도 우리에게 나눠주려고 군것질거리를 아껴두고 우리가 갈 때마다 정성껏 꺼내 주시기도 한다. 헤어질 때는 마당까지 나와 한명 한명씩 일일이 안아주고 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어 준다.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주는 어르신들 덕분에 우리는 더욱 힘차게 봉사활동에 나설 수 있다.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꺼내는 것은 물론이고 비가 와서 망가진 지하방 창문 및 모기장 수리도 거뜬하다. 우리 봉사단원은 "늦잠으로 무의미해지기 쉬운 토요일 오전,가슴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 모였으나 오히려 우리가 배워가는 것이 더 많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이은명 러브인액션 커미티 리더 (대외협력부 홍보팀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