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는 날씨와 비슷합니다. 추우면 사람들 행동이 움츠러들 듯 금리가 높으면 경제 활동이 위축됩니다. 반대로 날씨가 더우면 몸과 마음이 풀어지듯 금리가 너무 낮으면 돈 귀한 줄 모르고 흥청망청거립니다. 과소비와 버블은 저금리를 먹고 삽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얼마 전 사석에서 "금리는 사람들이 약간 쌀쌀하게 느낄 정도로 맞추는 것이 좋다"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돈을 빌려 쓰는 데에 부담을 느끼지 못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고,약간의 긴장감 속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입니다. 공부도 몸이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온도에서 보다는 약간 춥게 느껴지는 곳에서 더 잘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얘기입니다.

이런 지론을 갖고 있는 이 총재가 지난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을 시사했습니다. 지금 상태는 불황 때보다도 더 나쁜 '경제위기'에 맞춰진 초저금리 상태인데,이것을 적어도 불황 때 금리 수준으로 되돌려놔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를 제외할 경우 우리나라 정책금리의 사상 최저치가 연 3.2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행은 이 정도까지 금리를 단계적으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정부의 '대출 독려'기조는 사라졌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노무현 정부 시절에 썼던 강력한 규제책들마저 부활하고 있습니다.

금융 환경이 변하면 행동이 달라져야 합니다. 쌀쌀해지는 날씨에 맞춰 소매가 긴 옷을 꺼내놓아야 합니다. 보일러를 때는 집에서는 기름이나 연탄을 들여놔야 합니다. 각자 사정에 맞는 준비를 미리 해야 합니다.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은 여러 경로를 통해 자금시장과 얽혀 있어 금리 상승이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단언할 수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보면 금리가 오를 때 주식이나 부동산 값이 하락할 것 같지만 정반대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경기가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에 금리를 인상한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준비를 하면 가을과 겨울이 오는 게 두렵지 않듯이 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두려워할 이유는 없습니다.

현승윤 금융팀장 n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