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가 서울 및 수도권 전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기존 주택 매매시장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풍선효과란 풍선의 한쪽 부분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듯 부동산시장의 한쪽 축에 규제가 가해지면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다른 자산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DTI와 관련한 풍선효과로는 우선 관련 규제를 받지 않는 재개발 지역의 단독 · 연립주택이나 오피스텔에 수요가 몰려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중대형 아파트에 비해 대출을 적게 받고도 매입할 수 있는 중소형 아파트로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 DTI가 처음 시행된 2006년에 나타났던 현상들이다.

하지만 반박하는 의견도 있다. 현재 주택시장은 2006년과 여러 가지 면에서 달라 재개발지역 주택과 소형 아파트의 가격 상승을 이야기하기는 무리라는 것이다. 재개발 지분과 강북권 소형 아파트 가격이 어느 정도 올라있다는 점도 문제다. 결국 풍선효과에 따른 '팽창'은 신규 분양시장에 한정된 가운데 기존 주택시장은 상품에 구분없이 소강상태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주택시장에서 일단 DTI 규제가 가장 큰 화두로 부상한 만큼 그에 따른 풍선효과의 현실화 여부는 앞으로 투자 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가늠자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청약통장이 없거나 가점이 낮아 신규 분양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수요자들에게 더더욱 중요하다. 풍선효과를 둘러싼 전문가들의 상반된 의견을 들어보며 실현 가능성을 탐색해 봤다.

◆"아파트 누르면 연립주택 뜰 것"

우선 DTI는 아파트가 규제대상이다 보니 이에 영향을 받지 않는 단독 ·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오피스텔의 매매가 상승세가 힘을 받을 거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금 당장은 시장 전체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가시화되지 않고 있지만 한 달 정도 지나면 DTI 적용으로 침체된 아파트시장과 떠오르는 단독 · 연립주택시장이 확연히 양분될 거라는 주장이다.

재개발컨설팅업체 예스하우스의 전영진 사장은 "아파트에 DTI가 적용된 2006년 당시 투자 수요가 재개발구역으로 돌아서면서 지분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있었다"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재개발 지분 거래가 최근 들어 조금씩 활기를 찾고 있는 만큼 이번에도 비슷한 현상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 활성화를 위해 각종 '당근'을 제시하고 있고 오피스텔 바닥 난방 허용 등의 호재가 있다는 점도 풍선효과 전망에 힘을 싣는다. 한쪽은 규제로 묶으면서 다른 한쪽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있는 만큼 자연히 자금흐름이 인센티브가 있는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사장은 "DTI 규제가 시작된 이번 주부터 1억원 이내에서 투자가 가능한 소액 물건을 찾는 고객들이 늘었다"면서 "개발 호재 지역의 연립 · 다세대주택,도시형 생활주택 신축이 가능한 단독주택 등에 투자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가격이 덜 오른 비강남권 소형 아파트에 대한 매수세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상대적으로 적은 대출로 매입할 수 있기 때문에 역시 'DTI 무풍지대'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2006년 3 · 30대책으로 DTI 규제가 적용되기 전까지는 서울시내 중 · 대형 아파트 상승률이 평균 3.09%로 중 · 소형 아파트(1.8%)보다 2배 정도 앞섰다. 하지만 3 · 30대책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난 후부터는 한 해 동안 중 · 소형 평균 상승률이 10.9%로 중 · 대형 상승률(4.27%)을 크게 앞질렀다.

◆"풍선효과 없다" 반론도

하지만 풍선효과 전망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금융규제에 이어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유동성 줄이기에 나서고 있고 보금자리주택 등의 공급도 확대하고 있는 만큼 기존 주택시장 전반이 침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DTI 적용으로 재개발지역 내 주택 가격이 올라갈 경우 정부가 추가적인 규제를 내놓을 것으로 보여 단기간에 시장이 활력을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면서 "경기회복에 따른 실물경기 활성화가 가시화되고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지역별 개발계획이 남발될 가능성이 큰 내년 정도가 돼야 시장이 활성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풍선효과가 발생했던 2006년과 올해 부동산시장의 양상이 여러 모로 다르다는 점도 지적된다. 2006년 당시엔 신규 분양 물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은평뉴타운과 파주 한라비발디 단지 등이 고분양가에도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자 초조해진 대기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부동산 상품에 몰리면서 소형아파트와 연립주택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반면 올해에는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과 은평뉴타운 및 광교 등지에서 값이 저렴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 공급이 예정돼 있어 이전과 같은 추격매수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관측이다.

당시 서울시가 한창 뉴타운을 지정하며 재개발 지분 가격 상승에 불을 붙였다는 점도 지금과 다르다. 아울러 현재 뉴타운지역 대부분의 재개발 지분 가격이 이미 올라 있어 전용면적 85㎡(분양면적 32평)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지분매입가와 추가분담금을 합쳐 6억~7억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도 문제다. 2006년과 같은 급등을 기대하기에는 이미 가격부담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상품별 차별화된 반사이익 가능성도

풍선효과의 존재 여부를 떠나서 상품별로는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DTI의 영향을 받지 않는 오피스텔에는 이전보다 조금 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피스텔에 대한 수요층 자체가 넓지 않다보니 가격 상승에는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반면 지난 상반기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덜 올랐던 서울 강북지역에는 DTI 규제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김일수 기업은행 팀장은 "과천과 서울 목동 등지의 가격 상승세가 꺾이면서 하반기에는 다른 지역으로 상승세가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저금리 기조하에서 대출을 받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수요자들이 대출 부담이 적은 비강남권 아파트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DTI 규제 자체보다 금리인상,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등 향후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에 따른 복합적인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상언 사장은 "보금자리주택 분양에 따른 열기가 기존 주택매매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일수 팀장도 "한국은행이 조만간 금리를 올릴 수도 있는 분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이에 따른 영향은 DTI 규제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