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쇠가 값비싼 황동이나 스테인리스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 마법같은 이 엉뚱한 발상이 전남 순천의 한 중소기업에 의해 현실화됐다. 순천 서면공단내 ㈜해원엠에스씨(대표 이해식)는 금속소재끼리 접합시키는 방법을 통해 활용 범위가 다양한 신소재 '에코틸'을 개발했다. 에코틸은 Environment(환경),Economy(경제),Steel(강재)의 합성어. 냉연강판에 두께가 얇은 황동과 적동 또는 스테인리스를 접착시킨 이 제품은 강판과 접합소재의 장점을 두루 살린 것이 특징이다. 황동과 적동 스테인리스를 사용할 때와 같은 효과를 누리면서도 가격은 절반가량으로 낮췄다.

경제성 뿐아니라 효용성도 자랑이다. 황동과 적동의 경우 독특한 질감과 색상,인체에 무해한 특성 때문에 건축 외장재 등으로 주로 사용되지만 강도가 떨어지는 게 흠이었다. 그러나 이 접합소재를 사용하면 황동의 장점을 모두 누리면서도 강판의 강도를 유지할 수 있어 경량화가 용이하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만지면 황금으로 변한다는 고대 그리스의 '미다스의 손'이 이 업체를 통해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이 신소재의 강점 중에 백미는 '진동 소음 저감'기능이다. 비밀은 접착과정에 숨겨져 있다. 이 접착기술은 미국 엠에스시사에서 도입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 93년 상장된 엠에스시사는 이 기술로 GM과 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업체에 30여년간 자동차용 제진강판(Quiet Steel · 진동을 제거한 강판)을 독점공급해온 업체다. 제진강판은 두장의 강판을 붙이는 접착제로 진동에너지를 흡수하는 점탄성 수지를 사용해 진동과 소음을 크게 줄인 소재다. 엠에스시사와 기술제휴를 통해 국내로 들여온 제진강판은 이 업체의 기술력을 만나면서 눈부신 진화를 거듭하게 된다.

기존 강판끼리의 접합에서 철과 비철금속의 접합으로 적용 대상이 확대되고 열에너지를 차단하는 단열과 방충,향균 등의 기능이 추가됐다. 또 상부판재의 색상은 물론 에칭 그라인딩 프레스 등 후처리공정을 통해 다양한 문양과 심미적 효과 채택이 가능해져 건축용 내외장재를 비롯 자동차,선박,엘리베이터,가전,주방가구 등으로 쓰임새가 대폭 확대됐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이 신소재를 두고 '소재혁명' 또는 '대박기술'로까지 극찬하고 있다.

미국 엠에스시사 국제영업담당 부사장 출신으로 지난해 이 회사로 자리를 옮긴 론 밀러 기술담당사장은 "에코틸은 미국 엠에스시사의 제진강판보다 기능과 활용도면에서 월등히 앞서는 제품"이라며 "향후 국내는 물론 국제 금속소재시장을 평정할 돌풍의 핵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순천=최성국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