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기업이 수행한 설비투자액 중 일정 비율의 금액을 납부해야 할 법인세액에서 깎아주는'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운용해왔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기업들의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이를 기반으로 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며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것이 취지이다. 임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는 언제든 이 제도를 그만두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거의 상시적으로 운용해온 정부의 정책 기조 때문에 이 조세지원 제도가 본래 갖고 있어야 할 경기조절 능력은 심각하게 훼손돼 버렸다. 이 제도의 도입 이후 거의 상시적으로 세액공제를 받아온 기업들은 불황기의 단기 투자계획뿐만 아니라 호황기를 포함한 중장기 투자계획을 세울 때에도 이 제도에 의해 돌려받을 세금을 투자계획에 반영하도록 길들여진 것이다.

이처럼 기업들의 투자행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정부는 내년부터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작년 이맘때 정부는 세율인하와 함께 이 제도의 수혜대상과 수혜금액을 확대하며 기업의 세 부담을 낮추고 기업의 투자촉진을 통한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고자 했다. 무엇이 정부의 정책기조를 1년 만에 180도 바꾸도록 한 것일까.

지난해 세제개편으로 낮아진 법인세 부담 수준이면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하기에 충분하다고 정부는 생각한 것 같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기업들의 세 부담을 낮춰줘도 투자를 확대하지 않는다며 법인세 부담 완화 정책에 대한 회의적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너무 단순하고 단정적일 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도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투자활동이 세후 투자비용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감세효과가 경제 전반에 나타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기업의 투자를 결정하는 다른 경영여건은 모두 동일한 상태에서 기업들에 세 부담을 충분한 시간 동안 완화해 줘도 투자확대 효과를 찾을 수 없을 때에만 법인세 부담 완화정책에 회의적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세계적 경제위기를 겨우 벗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시점에서 기업의 투자부진을 해결하는데 법인세 부담 완화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단정하기에는 근거가 너무나 빈약하다. 오히려 법인세 부담을 지난해 낮추지 않았더라면 기업들의 투자부진은 더욱 컸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왜 덮어두고 있는 것인가.

지난해 정부의 세 부담완화 기조와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연장돼 왔던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가 또다시 연장될 것으로 믿고 지난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확대했거나 투자계획을 축소하지 않은 기업들이 있다. 이러한 기업들이 정부의 이번 세제개편안을 지켜보면서 내년도 투자계획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 정부의 정책기조를 믿고 기업들이 수행하고 있는 중장기 투자계획들이 끝까지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는 이 제도의 폐지에 대해 보다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 일관성이 결여된 정부정책은 정책 무용론으로 확대될 수 있으며 향후 정부가 발표하는 어떠한 정책도 기업들의 의사결정에 반영되기 어렵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 본연의 취지대로 경기침체 또는 회복기에는 제도를 확대 시행하고 경기 확장 시점에서 서서히 축소 또는 폐지하는 것이 기업과 국가경제에 바람직한 정책운용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방향의 조세지원 제도의 운용만이 조세지원 제도가 본래 지니고 있는 경기조절기능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며 불황기에 기업의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정책대안으로 다시 태어나는 길이다.


김학수 <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