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2차전지로 주목받고 있는 슈퍼 커패시터 시장에 국내 기업들의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

2006년 이후 매년 30% 이상 성장하고 있는 세계시장을 겨냥,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도 잇달아 기술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지금은 일본 기업들이 전 세계 슈퍼 커패시터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지만,국내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기술수준을 따라잡고 있다.

◆2차전지 보완장치에서 대체장치로

슈퍼 커패시터는 리튬이온의 화학적 반응을 통해 충 · 방전하는 리튬이온전지와 달리 활성탄에 붙는 전자의 물리적 흡 · 탈착을 이용해 충 · 방전한다.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에너지밀도(충전량)는 적지만 순간적인 고출력(리튬전지의 5배)을 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슈퍼 커패시터는 주로 리튬이온전지 등 기존 2차전지의 성능을 보완하는 장치로 하이브리드카 등에 설치되고 있다. 도요타의 프리우스에는 2차전지와 함께 슈퍼 커패시터가 장착돼 있다. 시동을 걸거나 급가속 또는 산길 등 고출력을 필요로 할 때 슈퍼 커패시터를 작동한다.

서원배 파워카본테크놀로지 대표는 "하이브리드카와 달리 100% 전기출력에 의존하는 전기자동차에는 고출력을 내는 슈퍼 커패시터가 필수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향후 전기차 보급과 함께 슈퍼 커패시터 시장도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순 보조 전원장치 역할에서 벗어나 리튬이온전지를 대체할 가능성도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슈퍼 커패시터는 충전량이 적어 부피가 커질 수밖에 없다. 승용차에는 무리지만 버스 트럭 중장비 등 대형 차량에는 충분히 설치가 가능하다.

신 · 재생 에너지인 풍력과 태양광 발전의 에너지 저장장치로도 각광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슈퍼 커패시터는 반영구적인 수명을 갖고 있어 장기간 가동되는 대형 장치설비의 에너지 저장장치로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에 도전장

슈퍼 커패시터의 세계 시장규모는 올해 1조원가량.일본 마쓰시타 에르나 NEC 도긴 가네보 등이 세계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2개의 슈퍼 커패시터 셀 제조업체와 4개의 소재 · 부품업체가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올해 매출 규모는 세계 시장의 4~5% 정도인 65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대기업 중에선 LS엠트론이 앞서나가고 있다. 이 회사는 풍력발전기 · 중장비용 슈퍼 커패시터 개발을 끝내고 양산하고 있으며,하이브리드카용 제품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GS칼텍스 자회사인 파워카본테크놀로지와 SK케미칼은 각각 활성탄,전해액 등 관련 핵심소재 개발에 나섰다. 현대 · 기아자동차는 슈퍼 커패시터를 적용한 하이브리드카와 연료전지 버스를 개발 중이다.

김익준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슈퍼 커패시터 업체들이 매년 40% 이상의 높은 매출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어 2015년에는 국내 업체들의 매출 규모가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일 무역적자 해소와 기술종속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핵심소재 기술개발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슈퍼 커패시터=정식 명칭은 전기이중층 커패시터(EDLC:Electric Double Layer Capacitor)다. 고체전극과 전해질 용액에 직류전압을 흘려주면 그 접한 면에 전기가 저장되는 전기이중층 현상이 작동원리다. 탄소 소재로 만든 활성탄에 전자가 붙고 떨어지면서 충 · 방전된다. 일종의 정전기 현상이다. 반영구적으로 충 · 방전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