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천수이벤 전 대만 총통(대통령) 부부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데 대해 찬반양론이 갈리면서 대만 사회가 급격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종신형을 선고한 판사의 집앞에선 200여명의 천 전 총통 지지자들이 13일 시위를 벌였으며 야당인 민진당은 정치적 탄압이라며 대대적인 공세를 취할 움직임이다.특히 천 전 총통의 지지기반이었던 남부 지방에서는 지난달 태풍 모라꼿으로 수백명이 숨진데 이어 이번 판결이 나자 마잉주 현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심지어 일각에선 대만 독립을 추구하던 천 전 총통에 대한 중국측의 불만이 이번 판결에 반영된 게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장야중 대만대 정치학 교수는 “민진당이 정국 반전을 위해 정부의 모라꼿 재난구호 부실대응 문제를 다시 거론하며 대정부 투쟁을 강화할 수 있어 정국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대만 국민중 절반 정도가 이번 판결이 정당했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대만 일간지 중국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인용,국민의 40% 가량이 이번 판결에 동의하고 있으며 24% 정도만이 형이 지나치게 엄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대만 지방법원은 지난 12일 부패와 사기,돈세탁 등의 혐의를 받은 천수이벤 전 총통 부부에 대해 종신형과 총 5억대만달러(1500만달러)의 추징금을 선고했다.해외에서 돈 세탁을 도운 천 총통의 아들에게는 30개월,사위에게는 20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천 전 총통은 재임중 300만달러 규모의 정부 기밀기금을 유용하고 900만달러 상당의 뇌물을 수수했으며,스위스 은행계좌를 통해 돈세탁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2월부터 수감중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