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한다. 30년을 함께 산 부부도 서로 알 길 없다는 마당이니 처음 만난 사람의 속을 들여다 볼 방도는 없다. 그래도 사귀거나 함께 일하려면 착하고 성실한지 아닌지,꼼꼼한지 덜렁거리는지,돈은 잘 벌지 등 궁금한 것 투성이다.

알고는 싶지만 꼬치꼬치 캐물을 수도,샅샅이 조사할 수도 없다 보니 동서양 어디서나 외관 등 손쉬운 판별법에 대한 관심이 높은 모양이다. 혈액형에 따른 성격 진단이 대표적이거니와 손가락 길이,곧 약지(네 번째 손가락)와 검지(두 번째 손가락) 비율에 따른 성향 분석도 그렇다.

손가락 연구로 유명한 인물은 영국의 존 T.매닝 교수(센트럴 랭커셔 대학 심리학과).그는 저서 '핑거북,나를 말하는 손가락'을 통해 손가락은 건강과 성(性),인류 진화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따라서 손가락으로 성격과 행동 경향,질병 가능성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손가락 길이는 태아 초기(임신 6~8주)에 결정되는데 약지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검지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는다. 그 결과 약지가 검지보다 길면 공격적이고 공간지각력이 좋은 남성적 특성,검지가 더 길면 섬세하고 언어능력이 탁월한 여성적 특성을 주로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약지가 긴 경우 운동 및 승부 근성,위험 감수 면에서 우위를 보인다며 브라질 축구선수들의 예를 들었다. 그런가 하면 독일 마인츠 대학에선 평균 38세 남성을 대상으로 손가락 길이와 5년간 운전 전과기록을 살폈더니 약지가 긴 남성에게 난폭운전 경향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약지가 검지보다 상대적으로 길면 어떻다는데 대한 세계 각국 대학의 연구 보고나 설(說)은 이밖에도 수두룩하다. '주식 트레이더의 경우 수익률이 월등히 높다''남녀 모두 동성애자일 가능성이 높다''관절염에 걸릴 확률이 높다' 등이 그것이다. 심지어 바람둥이라는 얘기도 있다.

약지가 긴 사람,특히 남성에 대한 연구가 대종을 이루는 가운데 용인정신병원 이유상 박사팀이 검지가 긴 여성일수록 남에 대한 공감능력이 뛰어나다는 색다른 분석 결과를 내놨다. 혈액형처럼 손가락 길이 또한 확률일 뿐이다. 매닝 교수조차 일반화는 곤란하다고 하듯 재미로 대보는 정도면 충분하다.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테스토스테론 외에도 수없이 많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