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ㆍ과천 재건축 매수세 잠잠…'집값 누르기' 일단 성공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DTI 규제 확대 1주일…부동산시장 분위기는
정부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지역을 서울의 강남3구(강남 · 서초 · 송파구)에서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한 지 1주일 만에 가파르게 오르던 재건축추진 아파트 값이 주춤하고 있다. 더욱이 당국이 주택매수 수요를 줄이기 위해 금리인상 등 추가 대책을 만지작거리자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DTI 약효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갈리고 전셋값은 계속 불안하지만 정부 대책이 일단 '집값 누르기'에는 단기적으로 성공한 셈이다.
◆재건축 호가 내려
DTI 지역에 새로 포함된 서울 강동구에선 최근 2~3개월 사이 가격이 급하게 오른 재건축추진 아파트가 규제의 영향을 받고 있다. 매수세가 급감하고 가격이 약간 떨어졌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는 1주일 사이에 주택형별로 매도호가가 1000만~3000만원 떨어졌다. 112㎡ 아파트의 경우 9억2000만~9억3000만원 선에서 9억원 선으로 낮아졌다.
둔촌동 삼성공인중개사무소의 관계자는 "DTI 규제 전에는 거의 매일 한 건이상 거래를 성사시켰으나 지난주엔 한 건도 매매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3개월 전 7억원 선에서 10여일 전 9억3000만원까지 매주 쉬지 않고 가격이 올랐었다.
과천 주공아파트 단지도 매수세가 자취를 감췄다. 과천 별양동 솔로몬공인의 김상조 대표는 "DTI 규제 확대 이후 매수자들은 낮은 가격의 급매물만 기다리고 있다"며 "그나마 하루 10통 이상이던 전화 매수문의도 거의 끊겼다"고 말했다. 집값은 주공 6단지 53㎡ 아파트의 경우 6억8000만원~7억원대를 아직 유지하고 있다.
집값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서울 강북지역에서는 집값 변동은 크게 없지만 전반적으로 매수세는 줄었다. 노원구 중계동의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건영 5단지의 경우 30평형대 가격이 5억원~5억2000만원 수준으로 일주일 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매수문의는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동 서울공인 관계자는 "매수자들이 대출 규제 여파로 주택 매입을 미루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DTI 규제를 받고 있던 서울 강남권도 영향을 받고 있다. 살던 집을 팔고 강남권으로 이사하려던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개포동 주공아파트는 주택형별로 호가가 1000만원 하락했다. 국세청이 재건축추진 아파트 구입자의 자금출처를 조사한다는 소식까지 더해져 가수요가 사라졌다. 서초구 잠원동 양지공인의 이덕원 대표는 "하루 100통을 넘던 전화 문의가 지난주엔 20여통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추가 규제에 주목
전문가들은 DTI 규제를 강남권에서 수도권까지 확대한 것을 계기로 정부가 부동산정책의 기조를 규제완화에서 규제강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실물경기 회복을 위해 그동안 부동산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춰왔던 정부가 최근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자 재건축 아파트 자금출처 조사에 들어가고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등의 '신호'를 잇따라 보내고 있다"며 "이는 정부 부동산정책 기조가 '거래활성화'에서 '가수요 억제'로 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도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이는 주택거래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철수/이호기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