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 차기 총리로 취임하는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가 자민당과 차별화되는 정책들을 발표하며 일본 정 · 재계를 뒤흔들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최대 화제로 떠오른 민주당 정책은 온실가스 배출 25% 감축과 상장기업 임원 보수 전면 공개다. 자민당 정권에서 수십년간 오랜 정경유착으로 인해 명분만 살아있을 뿐 사실상 실천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던 '뜨거운 감자'를 직접적으로 건드린 것이다.

하토야마 대표는 지난 7일 도쿄에서 열린 '2009 아사히지구환경포럼'에 참석해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25%까지 줄이고,이를 오는 22일 열릴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일본 측 공식 입장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총선 공약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아소 다로 총리는 과도한 감축이 무리라는 재계 주장을 받아들여 온실가스를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8% 줄이겠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게이단렌을 비롯한 일본 재계는 즉각 반대 의사를 나타냈지만 하토야마 측은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기업별 임원 보수 공개도 새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금융청은 지난 11일 올 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 결산 보고서 작성 때부터 상장사 임원의 보수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침을 정했다. 현재는 의무조항 없이 임의로 유가증권보고서에 공표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현금과 스톡옵션 등을 포함한 보수 총액 외에 지급 형태와 보수 결정 방식까지 반드시 게재해야 한다. 민주당은 아울러 신설될 국가전략국을 통해 낙하산 기관의 실태를 파악,수조엔대에 달하는 예산을 없애거나 삭감하고 인력을 줄여 복지예산을 확충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민주당의 이 같은 급진적 변신 시도에 대해 일본 국민들은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과 와세다대가 지난 5~6일 실시해 13일 발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정권에 기대한다'는 응답은 72%로 나타났다. 하지만 새로 출범하는 민주당 정권에 '불안을 느낀다'는 응답도 77%에 달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