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훈남을 만나려면 방법은 단 하나예요. 쭉빵이 되세요!늘씬하게 몸매를 가꾸고,야한 속옷을 입어야 해요. 여자는 무조건 예쁘고 봐야죠.성격이 중요하다?다 구라예요!터질 듯한 가슴과 풍만한 엉덩이가 남자를 붙잡는 확실한 무기죠."

할리우드 로맨틱코미디 '어글리 트루스'에서 섹스 컨설턴트로 등장하는 제라드 버틀러는 방송에 출연해 '짐승'같은 남성 심리를 노골적으로 표현한다.

"여자는 막 대할수록 달아오른다" "남자가 친절할 땐 바지 속이 뜨거워졌단 거야" "거미줄 친 거시기…" 등 그의 입담은 듣기 민망할 정도다. 성(性) 관련 대사는 역대 최고 수위.버틀러의 이런 언사를 지켜본 노처녀 프로듀서 역 캐서린 헤이글은 극도의 혐오감을 표출한다.

고품격 교양 방송을 지향하는 그녀는 외모보다 마음,야한 농담보다 와인과 클래식을 즐기는 남자를 기다리는 타입이다. 이제 '짐승남'과 '내숭녀'의 앞날에는 험로가 예고된다.

초가을 극장가에 자극적인 내용을 담은 성인용 할리우드 로맨틱코미디 두 편이 17일 나란히 개봉된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꺼내기 힘든 성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로 관객의 공감을 얻으려는 '어글리 트루스'와 작업남과 작업녀들의 섹스 라이프를 거침없이 그린 'S러버'가 그것.이들은 '12세 이상' 혹은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던 기존 로맨틱코미디와 달리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섹스없는 섹스코미디'로 불린 할리우드 로맨틱코미디 전통을 무너뜨린 것이다.

두 영화는 액션 대작 '300'의 근육질 전사 제라드 버틀러와 16살 연상의 여배우 데미 무어와 결혼한 '섹시남' 애시튼 커처를 내세워 육욕을 대담하게 그려낸다. 아름다운 미사여구와 상황들로 사랑에 대한 환상을 그려왔던 기존 방식으로는 더이상 관객을 공략하기 어려워졌다고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남녀의 본능을 가감없이 보여줄 때 표현 범위를 확대하고,관객 층도 20대 여성 일색에서 30대와 40대로 넓힐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글리 트루스'가 언어로 도전했다면 'S러버'는 섹스 신으로 승부한다.

애시튼 커처가 분한 '니키'는 여자들과 성 관계를 즐겁게 맺고 거기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바람둥이.여자들을 단박에 사로잡을 수 있는 잘 생긴 얼굴과 '식스팩' 몸매에다 센스와 매너,유머까지 겸비한 주인공은 다양한 '작업 기술'과 잠자리 기술을 선보인다. 침대뿐 아니라 식탁 소파 풀장 욕조 해변 등 다양한 장소에서 여러가지 체위로 성 행위를 하는 장면들은 '카마수트라'를 연상시킬 정도다.

커처는 이로써 '라스베이거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등의 '귀여운' 로맨틱 가이에서 '섹시남'으로 이미지를 파격 변신했다. 커처는 "성적인 부분이 너무 강해 가톨릭 집안의 보수적인 환경에서 자란 나에게 큰 도전이었다"고 술회했다.

'S러버'의 데이빗 매킨지 감독은 이 시대 젊은이들이 성에 대해 겪는 고민과 갈등을 보여주려 했다고 연출 의도를 말했다. 그는 특히 남녀의 화합이란 전통적인 주제에도 더이상 얽매이지 않았다. 성이 상품화된 세상에서는 '쿨'한 결별이야말로 오히려 현실적이란 것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