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일영 대법관 후보자가 14일 배우자인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의 위장전입과 관련,"법을 위반한 것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하다고 사과한다"고 공식 인정했다. 민 후보자가 예상보다 빨리 유감의 뜻을 밝히자 청문회는 다소 김빠진 모습이었다.

민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에 대한 성윤환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법을 위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결혼 후 배우자와 함께 거주하면서도 주민등록지를 다르게 신고한 사실과 사원아파트를 매도하는 과정에서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은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민 후보자는 대구고법 판사로 재직 중이던 1990년 9월 배우자와 함께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사원아파트로 주민등록지를 옮겼다가 다시 한 달반 만에 근무지인 대구로 주소지를 변경한 이유에 대해 "저와 집사람 모두 건강이 안 좋고 두 집 살림하기가 어려워 합가한 뒤 대구로 이사하기 위해 옮긴 것"이라며 "그러나 인사철도 아닌데 느닷없이 행정처로 발령돼 다시 서울로 오게 됐다"고 해명했다.

또 민 후보자는 진보성향의 판사모임 '우리법연구회(연구회)' 소속 판사들의 정치적 발언과 활동 등이 재판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지적에 "순수한 학술단체로 생각했다"며 "잘 모르기 때문에 (조사 및 해체 요구 등에 대해서는)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재판개입' 논란의 주인공인 신영철 대법관에게 자진사퇴를 요구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공정성에 의심을 받는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위장전입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박 대변인은 하루종일 대변인실 등에서 남편인 민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초조하게 지켜봤다. 선진당은 자당의 대변인이 관련된 청문회임을 의식한 듯 이날 어떠한 반응이나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