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주의 상승세가 꺾인 것인가요?"

코스피 지수 1600 시대를 이끈 IT 종목들이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전기전자 업종지수는 지난 14일 코스피 시장에서 3.40% 급락하며 20일 이동평균선을 뚫고 내려갔다.

이같은 주가 하락은 최근 기관의 매도세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 기관은 지난 9일부터 전날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9474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는데 이중 전기전자 업종에 9380억원의 매도세를 집중했다.

15일에는 외국인이 전기전자업종을 193억원 가량 순매도하는 등 기관과 외국인의 팔자가 이어지면서 부담을 주고 있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차익실현 욕구, 원·달러 환율 하락, 하반기 실적에 대한 자신감 약화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IT종목들의 주가 상승세가 꺾인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개별 기업별로는 다소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IT업종 전체적으로 본다면 아직 정점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그 근거로 △수급적인 측면에서 아직 고점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 △IT 출하재고 사이클과 주가 사이에는 시차 가 발생한다는 점 △과거 엔고국면에서는 IT가 시장수익률을 웃돌았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정 연구원도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익실현이 원인이라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겠으나 원화 강세에 따른 실적 모멘텀 둔화는 동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최근 원화가 달러 대비로는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엔화강세가 유지되고 있어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 여전히 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엔화에 비해 원화의 절상속도가 느린 편이어서 일본 경쟁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초점]"IT株, 아직 정점 아니다…저가매수"
최근 실물 경기 회복세를 반영해 강세는 보이고 있는 미국 증시가 IT주들의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박승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실물 회복은 대 미국 직접 수출 외에도 중국의 대 미국 수출 증가로 대 중국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전날 코스피 지수가 전기전자 업종이 밀리면서 조정을 받았지만 미국 시장의 강세는 이들 업종의 하방 경직성을 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IT주들의 실적 호조세가 지속될 전망이어서 주가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 정 연구원은 "미세 조정을 본격적인 주가 조정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큰 흐름에서 IT, 자동차의 턴어라운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주도주가 쉬어가는 동안 내수경기 회복 기대감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내수주를 선별적으로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