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1년] 남들 대기업 쳐다볼때 '우리'는 자원기업·교민 거래…수익성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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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금융 성장동력 아시아서 찾는다
(2) 印尼의 작은 거인 우리은행
대출 포트폴리오 다변화
철저한 현장답사 통해 부실 여신문제 미리 차단
메이저은행 도약 위해 현지은행 M&A 검토
(2) 印尼의 작은 거인 우리은행
대출 포트폴리오 다변화
철저한 현장답사 통해 부실 여신문제 미리 차단
메이저은행 도약 위해 현지은행 M&A 검토
자카르타 시내 중심가인 수드리만가(街).지난달 발생한 폭탄테러 여파로 삼엄한 경비망을 형성하고 있는 증권거래소 빌딩에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이 있다. 13층 입구에 들어서자 눈에 익은 우리은행 로고와 예금고객 창구가 한눈에 들어왔다. 서울 시내에 있는 소규모 지점과 너무 비슷해 이곳이 인도네시아인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1990년 설립된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한국계 은행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수익성을 자랑하는 '알짜배기' 해외 은행이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이 15.6%에 달하고 총자산이익률(ROA)은 8.7%가 넘는다. 총자산이 3억1053만달러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300만달러에 육박했다. 2007년 당기순이익이 1200만달러 수준이었고 인도네시아 루피아 환율이 지난해 30%가량 평가절하된 것을 감안하면 1년 새 순익 증가율이 30%가 넘는 셈이다. 올해 상반기엔 730만달러를 기록해 작년보다 더 나아진 실적이 예상된다.
우리은행 인도네시아법인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49개에 달하는 우리은행 해외 점포 전체 수익의 10%가 넘는다. 중국 법인에 이은 2위로 자산규모까지 고려할 경우 해외점포 가운데 명실공히 최고 수준이다. 납입자본금이 1700만달러였지만 그동안 6400만달러를 본점에 배당했고 8300만달러를 이익잉여금으로 남겨 자기자본이 1억달러까지 올라왔다.
인도네시아 현지에 진출한 세계 유수의 선진국 은행들도 우리은행에 뒤진다. 1826년에 진출한 네덜란드 은행 ABN암로의 ROA가 1.70%,1884년에 진출한 HSBC가 4.0%에 불과하다.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인도네시아 금융전문지인 인포뱅크가 ROA,ROE와 무수익여신(NPL)비율 등을 토대로 상위 7개 은행을 골라 주는 플래티넘상을 지난해 수상했고 14년 연속 '매우 우수(Very Excellent)'한 은행으로 선정됐다.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의 막강한 수익성은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 대기업 우선주의에서 탈피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대출자산의 포트폴리오를 근본적으로 바꿨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의 대기업들과의 거래는 안전하기는 하지만 마진율이 턱없이 낮은 게 문제였다.
우리은행은 2008년부터 인도네시아 자산 포트폴리오에 대한 전면적인 조정작업에 들어갔다. 한국 대기업들과의 거래를 끊지는 않았지만 적정 이윤이 보장되지 않는 거래는 하지 않았다. 매입외환,일반여신 등 과목별로 대출금리 최저선을 미리 제시하고,그 조건을 수용할 수 있을 때만 대출을 허용했다.
그 결과 대기업 여신한도는 1억2000만달러 가운데 3000만달러만 소진됐지만,그렇게 해서 생긴 여유자금을 건실한 교민업체나 지 · 상사,광산 팜농장 등 자원에 투자하는 다른 기업으로 돌려 수익성이 높아졌다. 2007년까지는 대기업 위주 거래로 인해 전체 운용금리가 리보+0.75%포인트 수준에 불과했지만 거래처를 다양화하면서 지금은 리보+4%포인트대로 올라왔다.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기준으로 5.6%포인트까지 치솟았다.
자금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부실여신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한 현장 답사'로 해결했다. 재무제표에 의존하지 않고 현장을 반드시 답사하고 경영진 면담을 중시했다. 업력이 2년 미만인 업체는 전결권에 관계없이 무조건 본점에 심사를 의뢰한다. 현지에 있는 사채업자와도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정보를 받는다.
교민 기업 가운데 봉급날 즈음에 사채를 쓴 곳이 어디인지를 체크하고 대출 기업의 자금사정에 대해서도 그 곳의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업종별 크로스체킹은 기본이다. 예컨대 봉제업체 사정에 대해서는 신발업체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좋은 얘기와 나쁜 얘기가 모두 흘러나온다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건전성이 전혀 나빠지지 않았다. 2007년 이후 지금까지 부실채권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다. 김철수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이사는 "자산과 부채의 최적화를 이루자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해외 현지법인들을 총괄하는 최승남 글로벌사업단장은 "아시아에서 영업이 잘되는 곳은 확대해 나가야 하고 현지화도 계속 추진해야 한다"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중국 다롄 등에도 점포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2007년 설립한 중국 현지법인의 경우 "네트워크가 아직은 부족하고 금리가 자유화돼 있지 않아 고객을 끌어들이기가 어렵다"며 "아시아에서 현지 영업을 강화하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카르타=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