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당국으로부터 시스템 에어컨 부문에서 가격 담합 등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5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시스템 에어컨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입찰 가격과 낙찰 순서 등을 사전에 수차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스템 에어컨 담합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혐의점이 분명해 과징금 부과 등 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에도 양사는 대형 은행 두 곳이 발주한 수십억원 규모의 시스템 에어컨 주문과 관련,가격을 조정하는 방법 등을 동원해 각각 은행 한 곳을 나눠 갖기로 미리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스템 에어컨은 가정용과 달리 입찰 방식으로 판매가 이뤄진다. 복수의 에어컨 제조사가 에어컨의 특장점과 공급 가능한 가격을 제시하면 구매 기업이 이를 검토한 후 낙찰 기업을 결정한다. 삼성과 LG의 제품은 품질 등의 조건이 엇비슷해 낮은 가격을 써낸 곳이 낙찰받는 경우가 많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가정용 에어컨과 달리 시스템 에어컨은 마음먹기에 따라 충분히 담합이 가능한 품목"이라며 "발주 규모가 큰 대형 주문이 어느 기업으로 가느냐에 따라 실적이 결정되는 만큼 실무자들이 느끼는 부담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시스템 에어컨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1조3000억원이었으며 매년 15%씩 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체 시장의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2004년에도 담합 협의로 공정위에 나란히 적발된 전력이 있다. 당시 두 회사는 한국마사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경륜운영본부 등이 발주한 중계용TV 구매입찰에서 물량을 나눠서 낙찰받기로 담합,1억2000여만원의 과징금을 냈다.

송형석/박신영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