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월가의 관계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시간)리먼브러더스 파산 1주년을 맞아 연설을 한 뉴욕 페더럴홀.초청된 150여명의 월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고위 관계자들이 그의 연설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지난해 대통령 당선 연설에서 월가의 탐욕이 금융위기를 불렀다고 직격탄을 날렸던 오바마였다. 페더럴홀 근처에 있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주변에선 구름 같은 사람들이 '월가를 먼저 개혁하라'는 피켓을 들고 대통령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오바마는 이날 월가 한복판에서도 "월가 금융사의 책임감 결여가 위기를 불렀다" "과거의 무모하고 방만한 행동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고 경고탄을 쏜 뒤 "정부의 금융감독 개혁에 저항하지 말고 협력하라"고 방점을 찍었다.

금융사 참석자들의 심기가 편할 리 없었다. 뉴욕타임스는 "월스트리트가 따뜻하게 대통령을 환대했지만 박수로 연설이 중간에 끊어진 것은 딱 한 번뿐이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행사가 끝난 후 백악관이 배포한 녹취록은 행사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줬다. 오바마 대통령이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등 정부 참석자와 의회 참석자들을 소개할 때마다 몇 차례 의례적인 박수가 나왔을 뿐이다. 오바마와 월가 사이는 딱 그만큼이었다.

워싱턴=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