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서로 요청하는 정보의 대부분을 공유하고 한은이 원하면 금감원이 한 달 내에 금융회사에 대한 공동 검사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한은이 희망해 온 금융회사 단독 조사권은 주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성태 한은 총재,김종창 금감원장,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이승우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15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정보 공유 및 공동 검사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정보 공유 MOU는 5개 기관,공동 검사 MOU는 한은과 금감원이 맺었다.

한은과 금감원은 공유 대상 정보를 비밀 보호 등을 이유로 공유를 금지하고 있는 자료와 5개 기관 부기관장급으로 구성된 금융업무협의회에서 개별 금융회사의 영업상 비밀 등을 이유로 공유 제한을 인정한 자료 등을 제외하곤 요청하는 모든 정보로 확대했다. 지금은 은행에서 받는 정기보고서 등으로 제한되고 있다.
한은-금감원, 필요한 금융정보 함께 갖는다
이에 따라 한은과 금감원이 공유하는 정보는 기존 '요청 자료의 60% 수준'에서 '요청 자료의 98%'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를 각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48% 선에서 80% 수준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두 기관은 정보 공유를 확실히 하기 위해 부기관장 결재를 거쳐 공식적으로 요청 및 회신키로 했다. 예보의 경우 금감원에서 받는 정보가 800여건에서 1000여건으로 늘어나고 한은에서 34건의 자료를 새로 받기로 했다. 다만 한은과 금감원은 예보에 공유하자고 요청한 정보가 없다.

또 한은이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거쳐 구체적 범위를 정해 공동 검사를 요구하면 금감원은 1개월 내에 검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금융위기 발생이 우려되거나 긴급 유동성 지원이 필요할 때는 지체 없이 공동 검사에 나선다. 검사반은 지금처럼 두 기관 자체적으로 운영하지만 검사 업무의 진행과 관련된 사항은 금감원 검사반장이 한은과 협의해야 한다. 두 기관은 검사를 받는 금융회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업무 현황 브리핑과 중점 검사 사항 설명회,공동 관심 분야 면담 등은 공동으로 하기로 했다. 정보 공유나 공동 검사와 관련한 의견 조율을 위해 금융업무협의회를 분기 1회 개최하고 국장 등으로 구성된 실무협의회를 설치,운영하기로 했다.

윤 장관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정책 공조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 것이며 거시적 시각에서 금융시스템의 위험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국민경제자문회의 내 한은법 개정 태스크포스(TF)는 이날 한은법 개정안 최종안을 마련해 정부에 보고했다. 한 관계자는 "한은과 금감원 간 공동 조사가 원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은에 금융회사 단독 조사권은 주지 않는 쪽으로 한은법 개정안 최종안이 마련됐다"고 전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TF 최종안의 틀 내에서 정부안을 만들어 17일 국회 재정위에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각국이 중앙은행에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있는 것에 역행하고 지난 4월 국회 재정위 소위가 마련한 안에서도 대폭 후퇴하는 것"이라고 실망감을 표현했다.

한은법 개정 TF는 위기 극복 과정에서 제기된 한은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재정부 한은 금융위 등이 갈등을 벌인 데다 국회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면서 혼선이 빚어지자 청와대가 교통정리를 하기 위해 만든 임시 기구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