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20개 시 · 군 · 구 중 63%에 특수목적고(특목고)나 자립형사립고(자사고)가 있다. 5년 연속 3개 영역 상위 20%에 속한 5개 지역(부산 연제 · 해운대구,대구 수성구,광주 남구,경기 과천시)도 마찬가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2005~09학년도 수능성적 분석 결과다.

이러니 다들 자녀를 특목고에 보내겠다고 아우성이다. 서울 목동 · 서초 · 동부이촌동 지역 학원 특목고반 수강생 부모에게 '특목고 입시준비 실태와 인식'을 물었더니 거의 다 '좋은 대학 진학을 위해'(43%) 내지 '우수한 교과과정과 교육환경 때문'(43%)이라고 답했다는 마당이다.

설립 취지인 '외국어나 과학 등 특수 분야 심화학습을 위해'는 10%에 못미쳤다는 것이다. 준비 역시 '중학교 입학 이후'가 많지만(77.7%),초등학교(4~6학년) 때부터 했다는 답도 20.7%나 됐다. 사교육비만 해도 학원비와 별도 과외비로 월평균 90만~110만원씩 쓴다는 사람이 많았다.

돈이 이런 식으로 드니 없는 사람은 도무지 엄두를 내기 힘들다. 실제 서울시내 외국어고 입학생 아버지의 직업을 보니 상위직(전문 · 경영 · 기술직)이 44.7%로 일반고의 3.4배,실업계고의 12배에 달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어머니 직업 또한 외고는 전업주부가 64.67%로 실업계고(31.52%)의 두 배였다고 한다.

'아이의 성적은 아빠 수입과 엄마의 발품 · 정보력에 비례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란 얘기다. 어디 그뿐이랴.자녀의 학교 배정을 위해서라면 위장전입도 불사하고,외국인학교에 보내겠다며 몇천만원을 주고 남미나 아프리카 국가의 영주권을 구하는,이른바 국적 세탁도 한다.

자식 일이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모들이 허다하다 보니 입시 컨설팅이란 이름 아래 온갖 수법을 가르쳐주는 곳도 많다. 서울 강남 학원에서 몇년 동안 초등학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특목고 입시 특강 등을 해온, 통칭'대치동 오선생'이 실은 현직 고교 교사였다고 한다.

현직 교사가 그런 일을 했다는 사실보다 더 놀라운 건 그 내용이다. 추천서 작성 요령에 국어는 어느 학원,수학은 무슨 학원에 가고 촌지는 어떻게 전해야 한다는 방법까지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자식 가진 부모는 죄인이라지만 그렇더라도 듣고 있는 것 자체가 민망하고 부끄러웠을 일들을 배우겠다며 모여들고 따로 돈까지 지불했다는 건 생각만 해도 낯 뜨겁고 서글프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