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금융권의 취업문은 지난해보다 넓어졌다. 대부분 은행들이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부응한다는 차원에서 채용 인원을 대폭 늘렸다.

그러나 금융권은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경쟁은 여전히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하나은행의 공채 경쟁률은 85 대 1에 달했다. 금융권 인사 담당자들은 회사마다 채용 방식이 다르고 가산점을 주는 조건도 다른 만큼 자신에게 유리한 곳을 선택해 준비하는 것이 금융권 취업의 지름길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예년보다 채용 규모 확대

신한은행은 예년보다 2배 이상 많은 400명의 신입사원을 선발할 계획이다. 지원자격은 2010년 2월 졸업예정자를 포함한 학사 학위 및 동등 학력 소지자로 전 학년 학점 평균이 3.0(4.5 만점) 이상이어야 한다. 신한은행은 오는 21일 원서접수를 마감한다. 국민은행은 일반직 300명,사무직 200명 등 총 500명을 뽑기로 하고 다음 달 5일까지 원서를 접수한다.

우리은행도 지난해(145명)보다 늘어난 200명을 선발하기로 하고 오는 30일까지 원서를 받는다. 우리은행은 채용 인원의 20%를 인턴 직원 중에서 뽑고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으로까지 채용 대상을 확대해 이에 해당되는 구직자들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기업은행은 지난해와 비슷한 200명의 신입직원을 뽑는다. 기업은행은 연령 및 학력제한을 폐지한 열린채용을 실시하는 한편 전체 인원의 20%는 수도권 이외 지역에 연고가 있는 지원자 중에서 선발할 계획이다. 외환은행은 다음 달 중 채용 공고를 낼 예정이다. 모집 인원은 100명을 계획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금융위기 와중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보여준 손해보험업계가 생명보험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채용에 적극적이다.

삼성화재는 일찌감치 예년 수준으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낸 삼성화재는 지난해 하반기 150명,올해 상반기 20명을 각각 뽑았다. LIG손해보험과 한화손해보험은 각각 지난해와 같은 30명과 20명을 선발한다.

삼성생명은 올 하반기 100명을 채용해 작년 같은 기간(130명)보다 약간 줄어들 전망이다. 대한생명은 작년 동기(40여명)보다 조금 늘어난 50여명을 뽑는다. 대한생명은 인턴 우수자의 경우 서류전형을 면제해 준다. 교보생명은 아직 채용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

보험업계는 보험계리사,손해사정사 등 보험 관련 자격증이나 금융 관련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우대한다. 카드사 중에서는 2007년 LG카드와의 통합 이후 처음으로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실시하는 신한카드가 눈에 띈다. 신한카드는 4년제 대학 졸업자 및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70명을 선발하기로 하고 오는 23일까지 채용 홈페이지(www.shcard.saramin.co.kr)를 통해 원서를 받는다.

다른 카드사들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신입사원 채용 계획을 갖고 있다. 현대카드 · 현대캐피탈 · 현대커머셜 3사는 27일까지 원서접수를 받아 총 8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롯데카드는 다음 달 초 30명 내외의 신입사원을 뽑을 계획이고 비씨카드는 10~11월 중 20~30명 규모의 공채를 실시할 계획이다.

◆주요 금융이슈 파악하고 있어야

금융사의 필기시험은 직무능력 및 적성평가와 논술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직무 및 적성평가는 일반적으로 언어력,수리력,추리력,공간력 등을 평가하는 문제들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언어력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언어영역 문제와 유사하다. 수리력은 도표나 그래프 등을 보고 간단한 계산을 통해 답을 찾는 문제가 나오고 추리력과 공간력은 마치 지능지수 검사를 연상시키는 문제들이 많이 나온다.

논술은 주로 경제와 금융 관련 이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는 형식이다. 평소 신문을 꾸준히 읽어 글로벌 금융위기나 금융공기업 민영화와 같은 주요 이슈에 관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

면접에서는 금융인으로서 잠재력이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권의 채용 방향이 성적보다는 친화력과 다양한 경험을 중시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관련 자격증을 갖고 있다면 그만큼 금융에 관심을 갖고 오랫동안 준비했다는 뜻이므로 가산점을 받을 확률이 높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다양한 재능과 잠재력을 가진 인재를 찾고 있다"며 "학업 성적보다는 금융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가진 지원자가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김현석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