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펀드 관련 세제가 확 바뀐다.

그동안 주어진 각종 비과세나 소득공제 혜택이 상당부분 사라진다. 2007년 6월 이후 적용된 해외펀드 비과세혜택이 없어지고,일정부분 소득공제를 받는 장기 주식형 · 회사채펀드도 올해 말까지 가입해야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나마 국회로 넘어간 세제개편안 중 장기주택마련펀드의 소득공제가 유지되는 쪽으로 검토되고 있는 게 다행이다.

전문가들은 펀드 세제혜택이 줄어들면서 '세테크'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해외펀드의 경우 아직 원금을 회복하지 못한 투자자라면 내년 말까지 보유하고，이미 이익이 난 투자자는 연말께 환매를 생각해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올 연말까지 가입분에 한해 비과세 및 소득공제가 가능한 장기주식형펀드나 장기회사채펀드는 가능하면 연내 가입해 두는 게 유리하다는 조언이다.
◆손실난 해외펀드 환매는 내년에



해외펀드 비과세가 올해 말로 끝나지만 1년간 손실을 만회할 기회가 있다. 내년 이익분에 대해서는 비과세 시점의 손실을 제하고 세금을 물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손실을 본 해외펀드 투자자라면 일단 환매를 내년으로 미루는 게 낫다는 지적이다.

이익이 난 투자자들도 조급해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김정은 대우증권 수석연구원(세무사)은 "내년에 펀드를 찾아도 올해 말까지 발생한 수익은 비과세되고 내년 이후에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만 15.4%의 세금을 내면 된다"고 말했다. 윤청우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아니라면 충분한 투자수익을 본 후 세금을 내는 것이 더 나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차피 분산 투자 차원에서 해외펀드를 일정부분 가져가야 할 입장이라면 해외펀드 비과세 종료 후 세금 부담 증가만을 이유로 무조건 환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해외펀드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면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경기회복과 기업들의 가파른 실적 회복을 감안할 때 국내와 해외 펀드 비중을 7 대 3이나 6 대 4 정도가 바람직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자신의 자산에서 해외펀드가 적정 수준을 넘어선 경우라면 연내 환매해 비과세 혜택이 유지되는 펀드로 갈아타는 것이 좋다는 지적이다.

또한 해외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역외펀드의 역차별이 해소된 만큼 이들 역외펀드에 가입해 국내 운용사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다양한 분산투자 기회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투자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고려를

해외펀드에 새로 가입하려는 투자자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예컨대 내년 4월에 2억원을 중국펀드에 투자해 2011년 3월까지 30%(6000만원) 수익이 난 후 한꺼번에 펀드를 찾게 되면 2011년 금융소득이 4000만원을 넘어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내년 말 펀드를 환매해 3000만원의 차익을 실현하면 이 부분은 내년 소득으로 잡히고,나머지는 2011년 소득으로 반영돼 종합과세를 피해갈 수 있다.

펀드의 예상 수익률을 감안해 원금도 잘 조절해야 한다. 내년에 중국이나 브라질 증시가 20% 이상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면 원금은 적어도 2억원을 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들의 계좌로 쪼개 투자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종합과세는 가족단위가 아니고 개인별 과세이기 때문이다. 증여재산 공제한도가 10년 동안 배우자는 6억원, 직계 존속 및 직계비속은 3000만원까지(미성년자는 1500만원)여서 이 금액까지는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세제혜택 펀드에 우선 가입해야

장기 주식형펀드와 장기 회사채형펀드, 고수익고위험펀드는 연내 가입하는 게 낫다는 지적이다. 올해 말까지만 가입하면 소득공제 및 비과세 혜택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내년에는 납입금액의 20%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고 2년차는 10%, 3년차엔 5%까지 혜택을 받는다. 김정은 수석연구원은 "장기 주식형펀드는 근로소득자뿐 아니라 사업소득자 임대소득자 등 종합소득세 신고자도 소득공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고수익고위험펀드도 3년간 펀드별로 1억원까지 저율 분리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어 종합과세 대상자라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무주택자 등 장기주택마련저축 가입자격을 갖춘 투자자는 연내 여러 계좌로 나눠 가입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2012년까지 비과세 혜택이 유지되는 데다 정부가 연간 소득별로 2012년까지 소득공제를 유지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여러 계좌로 나눠 가입하면 중간에 급한 자금이 필요할 경우 원하는 금액만 환매할 수 있어 해지추징세액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이익이 난 해외펀드를 연내 환매해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장기주택마련저축으로 갈아타는 것도 좋은 세테크 방법이다. 이를 통해 해외펀드 비과세 효과를 그대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내년부터 공모펀드에 대해서도 증권거래세(0.3%)가 부과되면 매매회전율이 높은 펀드는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