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게임 시장에 관한 기사를 읽다 보면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미국 비디오게임 시장이 6개월째 비실대고 있습니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콘솔 가격을 대폭 낮췄습니다. 온라인게임은 잘나갑니다. 넥슨 매출이 부쩍 늘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원인은 불황이라고 합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비롯된 불황으로 소비자 구매력이 약해졌습니다. 200달러 안팎의 콘솔을 사기가 부담스워졌습니다. 그래서 온라인게임으로 눈을 돌리는가 봅니다. 대개 플레이 자체는 공짜이기 때문이죠.

미국 비디오게임(H/w S/W 주변기기) 판매는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째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매출이 줄었습니다. NPD그룹에 따르면 8월 판매는 9억800만$. 작년 8월 10억9천만$에 비해 16% 감소했습니다. 1~8월 누계로는 181억$로, 전년동기 212억$에 비해 14% 적습니다.



안되겠다 싶었나 봅니다. 소니는 지난달 플레이스테이션(PS)3 가격을 내렸습니다. 일주일 뒤에는 MS가 엑스박스(Xbox)360 가격을 내렸죠. 이번에는 인하 폭도 큽니다. 거의 100$를 내렸습니다. 그 덕에 PS3 8월 매출은 7월에 비해 72%나 늘었습니다. 소니는 9월1일에는 소형 PS3도 내놓았습니다. (관련기사)

닌텐도는 고집을 피우고 있습니다. 위(Wii)를 2006년 발매 때와 같은 249$에 팝니다. 그 바람에 최근 5개월간 위 판매가 50%나 줄었습니다. 소비자 시선은 PS3와 엑스박스360에 꽂혀 있죠. 위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판매는 더욱 급감할 겁니다. 닌텐도가 10월 초에 가격을 내린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비디오게임 불황 얘기를 할 때 빠지지 않는 게 온라인게임입니다. 온라인게임은 미국에서도 플레이 자체는 공짜(free-to-play)가 많은데 불황으로 지갑이 얇아지자 소비자들이 온라인게임을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미국 언론은 넥슨과 중국 샨다의 온라인게임 매출이 급증한 걸 대표적 사례로 꼽습니다.

넥슨 아메리카는 지난 7월 온라인게임 매출이 작년 같은 달에 비해 35%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아바타 등을 팔아서 올린 매출입니다. ‘메이플스토리’의 경우 미국에서 동시접속자가 7만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넥슨은 9월15일 미국에서 ‘던전 파이터 온라인’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온라인 미디어 Gamasutra는 최근 비디오게임 비즈니스의 새로운 현실이라는 분석기사를 실었습니다. 저비용 게임(온라인게임)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비디오게임 비즈니스가 위협받고 있다는 게 골자입니다. 4,5년마다 새로운 콘솔 제품을 내놓아 붐업 시켰던 5년주기설이 빗나갔다는 얘기도 썼습니다.

Gamasutra는 DFC Intelligence 자료를 토대로 게임 시장을 전망했습니다. 결론은 혁신적인 콘솔 신제품이 나오지 않는한 비디오게임 쇠퇴는 불가피하다(an inevitable decline)는 겁니다. 소니와 MS가 콘솔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것도 문제죠. 이익이 나야 대규모 투자를 계속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물론 가을에 비디오게임 대작이 쏟아져 나오고 경기가 살아나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온라인게임에 맛을 들이기 시작했다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 게임 업체들은 미국에 진출해 실패하면 “바보들이 비디오게임밖에 모른다”고 푸념했습니다. 지금은 아니겠죠. 지금이 기회인 것 같습니다.

김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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