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1년] (3) 현지인 영업비중 80%…한국식 밀착 영업으로 개점 1년만에 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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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금융 성장동력 아시아서 찾는다 ③ 캄보디아 신한크메르은행
영화 '킬링필드'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하는 나라,오랜 공산통치와 내전 끝에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한 나라….그 척박한 땅 캄보디아에서도 한국계 은행들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변변한 기업은 눈을 씻고 봐도 없고,명색이 수도라는 프놈펜에서도 10층 이상 되는 건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전기 수도 등 공공재를 다루는 국영기업이라도 있을 법 한데 그 비슷한 것도 없다. 전기는 베트남에서 전량 수입해 쓴다. 바다도 수심이 얕아 대형 선박이 접안할 만한 곳이 없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나라"라고 한 현지 교민은 말했다.
이곳에서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는 신한은행의 현지법인 '신한크메르은행'을 찾았다. 프놈펜 시내인 상카 톨 바삭 지역에 있는 아담한 4층짜리 건물이다. 총자산이 5569만달러에 불과하지만 캄보디아 최대 은행인 카나디아은행의 총자산이 5억달러 남짓이니 그리 작은 것도 아니다.
신한은행이 캄보디아에 진출한 것은 2007년 말.2년이 채 안됐지만 실적은 놀랍다. 왜 이런 외진 곳까지 들어왔는지 의아해 하던 마음이 사라진다. 개점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지난해 73만달러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올해는 150만달러의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 같은 실적이 캄보디아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계 은행들의 해외 점포 가운데 '현지화'를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곳이 신한크메르은행이다. 전체 대출 자산 가운데 현지인에 대한 대출이 80%를 넘는다.
캄보디아에도 봉제업과 건설업 등 한국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분야가 있긴 하다. 하지만 봉제업은 생산기지에 불과하고 건설업은 치고 빠지는 성격이 강해 이들 기업만 상대해서는 은행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철저한 토착화와 현지화가 신한크메르뱅크의 전략이었다.
현지인을 공략하는 최대 무기는 한국식 금융 기법이다. 예금을 인출하는데 다른 은행은 40~50분 걸리지만 신한크메르은행에 오면 2~3분이면 그만이다. 전당포처럼 철창을 쳐놓고 있는 다른 은행과 달리 모든 창구를 훤히 터놓았다. 대출 고객의 경우 2층에 따로 마련해놓은 프라이빗뱅킹(PB) 사무실에서 귀족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수출입 관련 업무는 선진국 은행들보다 훨씬 전문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현지 은행들과 달리 고객정보를 보호하는 데 각별히 신경을 쓰고 한국식 고객만족기법(CSR)을 실천한 결과 캄보디아 재력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한번 거래해본 고객이 다른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사례가 잦아졌다.
현지인 대출 비중이 높은 데도 부실채권 비율은 0%다. 업력이 아직은 짧아 부실대출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부실채권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놀라운 실적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캄보디아 내 30개 은행의 평균 부실채권 비율이 5.5%였고,4대 메이저 은행 가운데 한 곳은 부실채권 비율이 16%에 달하고 있는 현실과 대비된다.
신한크메르은행은 신한은행의 오랜 기업문화인 '발로 뛰기'로 부실을 차단하고 있다. "대출 신청 고객 가운데 제대로된 회계장부를 갖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된다"고 김근효 신한크메르은행 부장은 전했다. 대출 상환 능력이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것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 뿐이다. 수출입 거래를 하는 한 기업의 경우 이재준 신한크메르은행장이 세 번을 찾아갔다. 수출 주문 접수 서류,송장,수출대금 입금통장 등을 모조리 은행으로 갖고 와서 회계장부를 사실상 새로 만들었다.
대출 결정 과정도 만장일치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 행장과 김 부장,한국에서 파견나온 이호림 부장,현지인 매니저 등 4명이 모두 동의해야 대출을 승인한다.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대출하지 않는다는 게 은행 운영의 철칙이다.
현지화를 위해 사회공헌활동에도 남다른 공을 들이고 있다. 프레이벵 초 빌리지와 자매결연을 맺고 꾸준히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및 서울대치과대학병원과 공동으로 총 3회에 걸쳐 1553명의 환자들을 진료했고 구순구개열(언청이) 환자 38명을 수술해줬다.
신한크메르은행은 총 공사비 10만달러를 들여 지하 87m에서 암반수를 끌어올리는 상수도 시설을 마련해줬다. 이 일로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기도 했다. 또 10만달러를 출연,이 지역 저소득층에게 소액대출을 해주기로 하고 프레이벵 초 빌리지에 사무실을 최근 오픈했다. 이 마을을 잘사는 지역의 표본이 되게 함으로써 신한크메르은행의 강한 이미지를 현지인들의 뇌리에 남긴다는 전략이다.
신한은행 글로벌사업본부 이한응 본부장은 "캄보디아와 같은 신흥시장에서는 당장 돈을 버는 것 보다는 장기적으로 기반을 다지고 롱런하겠다는 전략을 펴야 한다"며 "수익의 일정 부분을 사회공헌활동 등에 투자하면서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캄보디아는 시장을 선점했다는 의미가 크다"며 "일본에서 현지법인을 성공적으로 만들었고 인도에서는 지점 추가 개설을 추진하는 등 아시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놈펜=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