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하반기께 신종플루(H1N1)를 치료할 수 있는 국산 항체치료제가 나올 전망이다.

항체치료제는 인체가 바이러스와 같은 유해 미생물인 '항원(Antigen)'을 죽이기 위해 면역시스템을 작동시켜 만들어내는 항체(Antibody)를 외부에서 인공적으로 배양한 뒤 사람에게 주입,신종플루 등 감염성 질병을 치료하는 바이오의약품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원장 이철)과 셀트리온(대표 서정진)은 16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협약식을 갖고,신종플루 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 항체치료제 공동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신종플루 치료를 위한 항체치료제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도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항체치료제는 '신종플루 바이러스 감염 후 세포 침입→인체 내 대량 증식→복제 이후 다른 세포로의 감염' 등 3단계 경로를 모두 차단해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따라서 마지막 단계에서 타 세포 감염을 차단하는 기존 항바이러스제보다 우수한 치료 효과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동안 항체치료제는 실험 과정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사망률을 50% 이상 낮추는 등 뛰어난 효과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지만,대량 생산비용이 기존 항바이러스제보다 수십~수백배(1도즈당 1500~2000달러) 비싸 전 세계적으로 개발에 착수한 회사가 없는 상태다.

이철 원장은 "신종플루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지만 기존 치료제인 타미플루에 내성을 지닌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있는데다 예방백신의 효과 또한 아직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대안 치료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1도즈당 200달러 안팎에 생산이 가능한 항체 생산기술을 갖고 있는 셀트리온과 공동개발에 착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과 셀트리온은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하반기 항체치료제 출시를 목표로 이달 말부터 항체 발굴과 동물대상 임상시험 등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항체 발굴과 임상시험에는 세브란스병원,셀트리온 외에 미국 정부 산하기관인 CDC(질병통제센터)와 일본 도야마대,서울대 의대도 참여하게 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세브란스병원은 국내 신종플루 회복기 환자로부터 혈액을 채취하며,서울대 의대와 도야마대는 이 혈액에서 면역력을 가진 항체를 발굴(스크리닝)해내는 역할을,미국 CDC는 발굴된 항체의 면역력(중화능력)을 검증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최종 선발된 항체의 유전자를 동물세포에 집어넣어 대량 증식시키는 유전자재조합 기법으로 치료제의 원료격인 세포주를 개발,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시험과 양산을 담당하게 된다.

셀트리온은 연내에 끝낼 예정인 동물실험에서 항체치료제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될 경우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팀을 통해 내년 상반기부터 신종플루 감염 환자를 대상으로 인체임상시험에 착수할 방침이다. 항체 발굴과 임상시험 등에 투입되는 개발비 400억원은 모두 셀트리온이 조달할 계획이며,회사는 이를 통해 월 최대 70만명분의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대표는 "이미 9개월 전부터 항체치료제 개발 관련 기반기술을 확보하고 경제성 등을 모두 검토한 만큼 2010년 하반기까지 신종플루 치료용 항체를 개발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후로는 신종플루의 변종 바이러스 4~5종에도 동시에 효과가 있는 '멀티 항체치료제' 개발에 나설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세브란스병원과 셀트리온 측은 신종플루 항체치료제 개발이 최종 성공할 경우 감염 후 48시간 이내에 처방해야만 효과가 있는 타미플루의 단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