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정신 배우자"… '정주영 경영학' 수강 열기 후끈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함께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던 경영인들로부터 직접 정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들으니까 정 명예회장이 마치 살아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

지난 14일 오후 '정주영 경영학' 강의를 듣고 나온 울산대 학생들은 저마다 "정 명예회장의 경영철학과 기업가 정신을 제대로 알게 됐다"며 수강 소감을 밝혔다. 이날 울산대가 박세용 전 INI스틸 회장을 강사로 초빙해 두 번째로 진행한 정주영 경영학 강의에는 첫 수업 때보다 많은 280여명의 학생들이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 일반인들도 눈에 띄었다.

울산대 주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순필씨(43)는 "평소에 왕(王)회장을 존경해왔다"면서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현대는 물론 한국 경제사에 큰 획을 그은 정 명예회장의 보국정신에 다시 한번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을 시작으로 35년간 현대그룹에 몸담았던 박 전 회장은 이날 '아산 정주영과 한국 현대사'를 주제로 정 명예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학생들에게 심어주려는 듯 두 시간여 동안 열강을 이어갔다. 학생들은 처음 들어보는 정 명예회장의 경영 일화에 탄성을 연발하며 꼼꼼히 메모를 해나갔다. 심지어 일부 학생들은 강의 내용을 녹음하는 열정까지 보였다.

박 전 회장은 "정 명예회장은 생전에 좀체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던 분인데 한번은 '참 내가 엉터리인데, 나보다 더 큰 엉터리도 있더라'라고 말해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며 "명예회장이 지칭한 분은 그리스의 선주(船主)인 조지 리바노스(George S. Livanos) 회장"이라고 소개했다. 리바노스 회장은 1971년 정 명예회장이 조선소도 짓지 않은 상태에서 영국 스코트리스고 조선소에서 빌린 유조선 설계도면 한 장을 달랑 들고 첫 발주를 부탁하자 흔쾌히 26만t급 유조선을 발주해줬던 인물이다.

박 전 회장은 또 "정 명예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았던 1980년대 군사정권으로부터 미움을 산 것은 너무 노골적으로 기업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한 것이 화근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금이야 대통령이 발벗고 나서 기업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당시 군사정권 때만 해도 기업 규제를 풀어 달라는 정 명예회장의 요구는 한마디로 정권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됐을 만했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은 "정 명예회장이 생전에 일군 산업화의 업적과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아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초일류 기업과 국가를 건설하는 것은 바로 여러분들의 숙제"라는 말로 강의를 마쳤다.

강의가 끝난 뒤 이승엽씨(조선공학 3년)는 "정 명예회장이 군사정부로부터 금융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이에 굴하지 않고 기업가 정신을 발휘했다는 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면서 "정 명예회장이 현대중공업을 세계 1위 조선소로 만든 것도 투철한 기업가 정신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수씨(경영학부 4년)는 "정 명예회장이 1975년 오일쇼크로 우리나라가 국가부도 위기에 처했을 때 중동에서 당시 우리나라 정부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10억달러를 수주했다는 사실을 듣고 기업인이 한국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허영도 울산대 경영학부장은 "정 명예회장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이렇게 높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이 강좌를 통해 젊은이들이 세계적 기업가인 정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