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정 · 관계에 대한 광범위한 검찰 수사로 정국을 격랑 속으로 빠뜨렸던 '박연차 게이트'가 서서히 닫히고 있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26명 중 게이트의 주인공인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비롯해 관련자 10명에 대한 1심 선고가 한꺼번에 이뤄져 7명에 대한 선고만 남았다. 이들에 대한 선고도 다음 달 초면 모두 마무리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홍승면)는 16일 정 · 관계에 수십억원을 살포한 혐의(뇌물공여 등)로 기소된 박 전 회장에 대해 징역 3년6월에 벌금 30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해외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만들어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에 사용한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 "태광실업을 통해 매년 3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등 국가경제에 이바지했고 200억원 이상을 복지사업에 기여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박 전 회장은 박정규 · 정상문 · 김종로 · 이택순 등에게 45억원의 뇌물을 건네고 286억원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세종증권 인수 과정 등에서 100억원에 가까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정대근 전 농협 회장에 대해 징역 10년에 추징금 78억7018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뇌물수수액이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데다 공범에게 죄를 전가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박 전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정 · 관계 인사에 대해서도 선고가 이어졌다.

재판부는 지난해 총선 당시 두 차례에 걸쳐 박 전 회장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민주당 최철국 의원에 대해 벌금 700만원에 추징금 5000만원,2007년 기사 게재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과 함께 미화 2만달러를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이상철 서울시 정무부시장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2469만원,1만달러를 받은 김종로 검사에 대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1245만원을 선고했다.

이번 선고에 대해 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아직 항소심과 상고심이 남아 있기 때문에 (소감을) 언급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날 선고로 지금까지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기소된 정 · 관계 인사 등 26명 가운데 박진 ·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과 이광재 · 서갑원 민주당 의원,이택순 전 경찰청장,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 7명만이 선고를 남겨두게 됐다.

징역 1년을 구형받은 이 전 청장에 대한 선고공판은 18일,징역 2년을 구형받은 이 의원에 대한 선고공판은 23일 열린다. 재판이 지연되고 있는 천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인사에 대한 선고도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 이뤄질 전망이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