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노조선거 중도파 첫 과반득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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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노선' 이경훈 31% 1위ㆍ홍성봉 26% 3위…57% 얻어
'정치투쟁 거부감' 확산…부정투표 시비로 재선거 결정 논란
'정치투쟁 거부감' 확산…부정투표 시비로 재선거 결정 논란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핵심 사업장인 현대자동차 노조 지부장을 뽑는 선거에서 중도 · 실리 노선의 이경훈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성향의 홍성봉 후보도 근소한 차이로 3위를 기록했다. 두 후보의 득표율을 합하면 중도 · 실리 진영이 과반 득표에 성공한 것이어서 현대차 노조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감지케 했다.
16일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 4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새 집행부 선출을 위한 투표를 실시한 결과,중도 · 실리 성향의 '전진하는 현장노동자회(전현노)' 소속 이경훈 후보(49)가 1만2717표(31.11%)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이 후보는 그러나 과반을 득표하지 못해 당선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강경 노선으로 분류되는 '민주현장'의 권오일 후보(43 · 기호 3번)는 1만978표(26.86%)로 2위를, '현장연대' 소속 홍성봉 후보(48)는 1만892표(26.65%)로 3위를 기록했다. 2,3위간 표차는 86표에 그쳤다. '민주노동자회' 소속의 김홍규 후보는 6028표(14.75%)를 득표해 4위로 밀렸다.
노조 선관위는 그러나 판매본부 투표함 1곳에서 투표자 226명의 투표용지 외에 백지 투표용지 1장이 추가로 나오면서 일부 후보 측이 부정투표 의혹을 제기,재선거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재선거는 추석 연휴가 끝나는 10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일부 후보 측에서 이미 1,2위가 결정난 상황에서 재선거는 불가하다며 법적 소송도 불사할 움직임을 보여 재선거 실시 여부는 불투명하다.
현대차 노조 안팎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이경훈 후보가 1위를 차지한 것은 강성 노동운동의 대변혁을 요구하는 현장의 정서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근소한 표차로 3위로 밀려난 중도파 홍성봉 후보와 이 후보의 합친 득표율이 과반인 57.76%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중도 · 실리 노선의 승리'로 보고 있다.
현대차 노조 22년 역사상 중도 · 실리 진영이 노조 집행부를 구성한 것은 1994년 단 한 해에 불과했다. 당시 '노동연대 투쟁위원회'(노연투) 소속의 이영복 위원장이 '무파업'을 기치로 내걸고 위원장에 당선됐다. 그해 현대차는 처음으로 파업 없이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1995년 강경파인 구 실노회(실천하는 현장 노동자회) 소속의 정갑득 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온건파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했다. 이영복 위원장과 노선을 같이한 이경훈 후보가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위원장 선거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매번 결선(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하면 1,2위가 결선 투표를 치름)까지 갔지만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결선 투표에서는 나머지 강경 계파들이 표를 몰아 한 명을 밀기 때문에 온건노선 후보가 당선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이전과는 다르다는 관측이다. 지금까지 15차례의 현대차 노조 선거 사상 처음으로 온건 성향의 두 후보가 비록 합친 득표율이지만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했다는 점에서 "2차 투표에 가도 강경파와 한판 승부를 벌여볼 만하다"는 전망이다.
한 조합원은 이번 선거에서 중도파가 우위를 보인데 대해 "그동안 정치투쟁에 매몰돼 온 금속노조와 강성파들에 대한 거부감이 현장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평가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현대차 노조가 금속노조로 전환한 후부터 반(反)금속노조 기류가 퍼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조합원들은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해마다 정치파업에 동원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을 공공연히 털어놓기도 했다. 급기야 현대차 노조의 금속노조 지역지부 전환을 놓고 많은 조합원들이 금속노조에 등을 돌리는 사태로 이어졌다. 현대차 정비 조합원들은 금속노조에 내는 조합비 납부 거부를 결의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이경훈 후보와 홍성봉 후보는 금속노조를 확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표심 얻기에 나섰다.
이날 개표 결과를 지켜본 한 조합원은 "무려 57%에 달하는 조합원들이 중도 · 실리 노선의 후보들을 지지했다는 점에서 금속노조의 강성기조 노선은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16일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 4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새 집행부 선출을 위한 투표를 실시한 결과,중도 · 실리 성향의 '전진하는 현장노동자회(전현노)' 소속 이경훈 후보(49)가 1만2717표(31.11%)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이 후보는 그러나 과반을 득표하지 못해 당선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강경 노선으로 분류되는 '민주현장'의 권오일 후보(43 · 기호 3번)는 1만978표(26.86%)로 2위를, '현장연대' 소속 홍성봉 후보(48)는 1만892표(26.65%)로 3위를 기록했다. 2,3위간 표차는 86표에 그쳤다. '민주노동자회' 소속의 김홍규 후보는 6028표(14.75%)를 득표해 4위로 밀렸다.
노조 선관위는 그러나 판매본부 투표함 1곳에서 투표자 226명의 투표용지 외에 백지 투표용지 1장이 추가로 나오면서 일부 후보 측이 부정투표 의혹을 제기,재선거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재선거는 추석 연휴가 끝나는 10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일부 후보 측에서 이미 1,2위가 결정난 상황에서 재선거는 불가하다며 법적 소송도 불사할 움직임을 보여 재선거 실시 여부는 불투명하다.
현대차 노조 안팎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이경훈 후보가 1위를 차지한 것은 강성 노동운동의 대변혁을 요구하는 현장의 정서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근소한 표차로 3위로 밀려난 중도파 홍성봉 후보와 이 후보의 합친 득표율이 과반인 57.76%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중도 · 실리 노선의 승리'로 보고 있다.
현대차 노조 22년 역사상 중도 · 실리 진영이 노조 집행부를 구성한 것은 1994년 단 한 해에 불과했다. 당시 '노동연대 투쟁위원회'(노연투) 소속의 이영복 위원장이 '무파업'을 기치로 내걸고 위원장에 당선됐다. 그해 현대차는 처음으로 파업 없이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1995년 강경파인 구 실노회(실천하는 현장 노동자회) 소속의 정갑득 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온건파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했다. 이영복 위원장과 노선을 같이한 이경훈 후보가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위원장 선거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매번 결선(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하면 1,2위가 결선 투표를 치름)까지 갔지만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결선 투표에서는 나머지 강경 계파들이 표를 몰아 한 명을 밀기 때문에 온건노선 후보가 당선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이전과는 다르다는 관측이다. 지금까지 15차례의 현대차 노조 선거 사상 처음으로 온건 성향의 두 후보가 비록 합친 득표율이지만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했다는 점에서 "2차 투표에 가도 강경파와 한판 승부를 벌여볼 만하다"는 전망이다.
한 조합원은 이번 선거에서 중도파가 우위를 보인데 대해 "그동안 정치투쟁에 매몰돼 온 금속노조와 강성파들에 대한 거부감이 현장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평가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현대차 노조가 금속노조로 전환한 후부터 반(反)금속노조 기류가 퍼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조합원들은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해마다 정치파업에 동원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을 공공연히 털어놓기도 했다. 급기야 현대차 노조의 금속노조 지역지부 전환을 놓고 많은 조합원들이 금속노조에 등을 돌리는 사태로 이어졌다. 현대차 정비 조합원들은 금속노조에 내는 조합비 납부 거부를 결의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이경훈 후보와 홍성봉 후보는 금속노조를 확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표심 얻기에 나섰다.
이날 개표 결과를 지켜본 한 조합원은 "무려 57%에 달하는 조합원들이 중도 · 실리 노선의 후보들을 지지했다는 점에서 금속노조의 강성기조 노선은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