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기에 투자자들이 선택한 것은 삼성이라는 브랜드와 차별화된 경쟁력이었다. " 삼성그룹주 시가총액이 200조원을 돌파한 데 대한 업계의 반응이다. 세계 금융위기 상황에서 꾸준한 실적을 낼 수 있는 투자처를 찾던 수요자들에게 삼성 계열사만한 회사들이 없었다는 얘기다. 이런 투자자의 요구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계열사들은 지난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으로 화답했다.

이에 따라 주가지수는 작년 말 대비 49.6% 증가한 데 비해 삼성그룹주 시가총액은 70%나 오르며 전체 시장 상승을 이끌었다.

수많은 재판과 이건희 전 회장의 퇴진,전략기획실 해체 등 각종 악재 속에 돌파한 200조원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탄탄해진 포트폴리오

2004년 1월 삼성그룹주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돌파했을 당시는 사실상 반도체의 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삼성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호황이 본격화되자 삼성전자 이익이 급증할 것으로 본 투자자들이 주식 선취매에 나섰다"며 "삼성전자 주가 급등이 그룹 시가총액 100조원 돌파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당시 삼성그룹 시가총액 100조원 중 78조원이 삼성전자의 몫이었다. 올해도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작년 말 대비 50조원가량 증가하며 시총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룹내 비중은 낮아졌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이날 117조원을 기록,2004년에 비해 20%포인트 떨어진 58% 수준까지 내려왔다. 삼성 관계자는 "전자에 집중됐던 그룹의 포트폴리오가 부품,금융,서비스,건설 등으로 분산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그룹 전체가 탄탄한 구조를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작년 말 대비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회사는 삼성SDI와 삼성전기로 각각 200%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삼성SDI는 자동차용 2차전지 등으로 미래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주효했고,삼성전기는 IT업종이 예상밖 호황을 누리며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다. 건설업체인 삼성엔지니어링도 미분양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건설업체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이며 126%나 뛰었다. 삼성테크윈은 주가가 두 배 이상 뛰며 200조원 돌파를 도왔다. 금융계열사인 삼성화재와 삼성카드 등도 30~40%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위력 확인한 '브랜드 파워'

삼성그룹 시가총액이 2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삼성전자의 높은 경쟁력,그룹 차원의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함께 브랜드 파워가 한몫을 톡톡히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도원 한화증권 연구원은 "위기 때는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심리가 발동되기 때문에 실적과 함께 브랜드 파워가 강한 회사에 투자자들이 더 몰리게 돼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주들은 이런 브랜드 파워 덕을 본 측면이 있다는 진단이다. 삼성은 지난해 인터브랜드 조사에서 소니와 델 지멘스 등의 브랜드 가치를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전망도 밝게 보는 시각이 많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전자관련 계열사들은 물론 금융 서비스 관련회사들도 경쟁업체와 차별화를 시작했기 때문에 향후 그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금융위기와 이에 이은 구조조정 시장에서 승자독식의 채비를 갖췄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차별화와 함께 미래사업을 충실히 준비하고 있는 것도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다. 삼성은 LED,자동차용 2차전지,태양광,바이오,DDR3 등 신수종(新樹種)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김용준/강지연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