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6일 최근 경제상황과 관련,"위기를 극복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조금씩 고비를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전국 광역시장 · 도지사와 만찬간담회를 갖고 "세계 모든 나라들과 경제전문가들이 한국이 경제위기에 가장 잘 대처하고 있다는데 다 여러분 덕분"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내년 봄까지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계속해서 경제살리기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신종플루와 관련,이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위기 의식이 다른 나라에 비해 강한 것 같다"며 "그래서 확산이 덜 된 점도 있지만 경기 위축과 관광객 감소 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만찬은 오후 6시30분부터 3시간 가까이 진행됐으며 처음에는 포도주를 곁들였으나 김태호 경남지사의 제안으로 이 대통령이 직접 '소주 폭탄주'를 제조해 3,4잔씩 돌리는 등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간 의견 차이로 논란을 빚고 있는 세종시 문제와 행정구역 개편 등 민감한 현안들은 공식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세종시,수도권 규제완화 문제로 사사건건 부딪혀 온 김문수 경기지사와 이완구 충남도지사에게 '소주 폭탄주'를 건네면서 '러브샷'을 주문했고,두 사람은 웃으면서 이를 따랐다. 다만 이 지사는 최근 '세종시는 가장 잘못 박힌 말뚝'이라고 발언한 김 지사에게 "수도권이 아닌 지방의 자치단체장이라면 그런 말을 하겠느냐.더 이상 우리 가슴에 못질하지 말라"고 뼈 있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투표율 미달로 주민소환 위기에서 벗어난 김태환 제주도지사에게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라며 "투표해서 당선되는 것은 봤지만 투표를 안 해도 당선되는 것은 처음 봤다"고 농담을 던져 좌중에 웃음을 자아냈다.

시 · 도지사들은 정부가 지방소비세 및 지방소득세를 도입한 것에 대해 "오랜 숙원이었는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으며 이에 이 대통령은 "미흡하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봐달라.부족한 것은 앞으로 채워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만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제외한 15개 시 · 도지사가 참석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