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정부가 북한 핵 폐기의 대응조치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정점으로 한 북한의 현 체제 존속을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6자회담 소식통을 인용해 17일 보도했다.

이는 북한이 요구해온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구체화한 것으로,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획기적 전기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한 · 미 양국의 북 체제 인정 범위엔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명된 것으로 알려진 3남 정운 등 차세대 체제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신문은 미국이 현재 마련 중인 대북 포괄 제안의 핵심 항목에 북한 체제 인정을 포함시킬지 여부를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으며,체제보장의 대가로 북한에 대해 모든 핵무기와 핵 관련 물자,관련 시설의 외국 반출 등 '검증 가능한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최근 한 · 중 · 일 순방에서 포괄 제안에 대해 강한 의욕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북한의 여러 당국자와 접촉하기 위해 북 · 미 대화도 제3국이 아닌 북한 평양에서 열려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신문은 하지만 인권침해가 심각한 북한의 독재 체제를 인정하는데 대한 미국 내 거부 반응이 강해 포괄 제안의 기본구상 등에 대한 의견 교환만 이뤄졌을 뿐 체제 보장을 포함할지에 대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한국 정부 내에선 "미국이 북측에 포괄제안을 제시하기 전에 먼저 일본을 비롯한 6자회담 당사국들과 사전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며,6자회담 다른 참가국들도 북 · 미 양자 관계 진전에 강한 경계감을 갖고 있는 만큼 포괄 제안이 실제 제시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것이다.

이언 켈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6자회담 복귀에 동의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협상 제안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양자대화의 시기 역시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뉴욕 유엔총회 기간 북측 당국자를 만날 가능성에 대해 "그런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발간한 '북한-경제 지렛대와 정책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6대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북 · 미 수교 △무역협정 체결 △제재 완화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국제금융기구 가입 허용 △에너지 및 식량 지원 △개성공단 제품에 대한 특혜가 그것이다.

워싱턴=김홍열/이미아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