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1억~10억대 고가 미술품에 대한 '사자'가 늘어나고 있다. 경기회복세를 타고 그동안 관망하던 '큰 손' 컬렉터들이 몸을 풀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6일 열린 K옥션의 가을 메이저 경매에서는 출품작 226점 중 164점(낙찰률 73%)이 팔려 낙찰액 71억원을 기록했다. 하루 앞서 열린 서울옥션의 가을 기획경매 역시 낙찰률은 60%대로 떨어졌지만 낙찰총액은 지난 4월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31억2000만원)와 7월 대구 대박프라자백화점(12억원)에서 실시한 경매 때보다 많은 35억3000만원으로 늘어났다. 또 신생 고미술품 전문 경매회사인 아이옥션이 지난 10일 실시한 경매에서 도자기 및 옛 서화,근 · 현대 작가 작품 212점 중 142점을 팔아 낙찰총액 20억원을 돌파했다.

경매 결과를 분석해보면 투자자들은 양질의 작품에만 선별적으로 '입질'하면서 박수근을 비롯해 김환기 이우환 천경자 김종학 오치균 김창열 등 '블루칩' 작가는 물론 이수동 이호련 세오 권기수 이동기 윤기원씨 등 30~50대 '옐로칩 작가',옛 서화 작품 등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K옥션 경매에선 관심을 모았던 천경자의 '초원II'가 12억원에 낙찰됐고,김환기의 미공개작 '새와 달'은 응찰자의 경합끝에 9억원,장욱진의 '소녀와 새'는 3억2000만원,박수근의 1958년 작 '초가 마을'은 7억6000만원에 각각 새주인을 찾아갔다. 또 운보 김기창의 '봉래산'(낙찰가 2100만원)과 내고 박생광의 '용'(낙찰가 4200만원) 역시 추정가를 웃도는 가격에 낙찰됐다. 해외 작품으로는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브라우스를 입은 앙드레'도 국내외 응찰자 간 경합끝에 추정가(3억3000만~5억원) 수준인 4억6000만원에 팔렸다.

서울옥션 경매에서는 김환기의 유화 '항아리'가 9억1000만원에 팔려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

또 1000만원대 미만의 고미술 작품에 매수세가 붙으며 치열한 경합끝에 추정가를 크게 웃도는 낙찰작품이 쏟아져 나왔다.

추사 김정희의 '시고(詩稿)'(추정가 500만~800만원)와 해공 신익희의 '서간'(추정가 200만~300만원)은 열띤 경합을 거치며 추정가의 세 배인 1600만원,730만원에 각각 낙찰됐다. '지함 11점'이 추정가(3000만~4000만원)의 두 배 가까운 7200만원,'금강산도'(추정가 500만~700만원)와 '풍속도'(추정가 400만~600만원)도 각각 1400만원,12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장(강남대 교수)은 "시중의 일부 유동자금이 미술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데다 컬렉터들의 안목이 까다로워져 투자 가치가 높은 작품에만 선별적으로 응찰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시장의 불확실성만 해소된다면 바로 상승 추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