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개회식 때 소란스러운 모습은 참으로 유감스럽다. "(김형오 국회의장)

"의장의 균형감각은 마비됐고 더이상 공정한 중재자도 사회자도 아니었다. "(유선호 법제사법위원장)

정기국회 개회식 이후 처음 열린 지난 16일 국회 본회의장 풍경이다. 빨간 넥타이와 스카프로 김형오 의장에게 항의한 민주당과 이를 비난하는 한나라당 모두 소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소속 유선호 법제사법위원장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직권상정을 18대 국회 들어 총 21건이나 한 김 의장이 어떻게 국민들에게 법을 준수하라고 말할 수 있냐"며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원의 입법권은 상임위 위원에게 부여된 권한으로서 국회의장이 박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임태희 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열어야 할 환경노동위원회는 정작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추미애 위원장이 한나라당 위원들을 향해 위원장 사퇴결의촉구안을 철회하고 일방적으로 의사봉을 두드린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것.이에 민주당은 당혹한 기색이 역력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핵심인사는 "사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환노위 법안심사소위도 구성해주고 하루 속히 청문회도 열어야 한다는 입장인데 추 위원장이 고집이 세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고 토로했다.

그래서일까.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 인터넷판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의회 난동 분야의 역대 챔피언은 대만이지만 현재 세계 리더는 한국"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심지어 "한국 민주주의는 온몸을 사용하는 스포츠"라며 "세계에서 가장 무질서한(unruly) 의회"라고도 했다. 또다른 '불명예 세계 1위'를 국회가 차지한 셈이다. 포린 폴리시는 특히 지난 7월 미디어법 처리 과정을 두고 "완전히 주먹다짐(all-out fistfight)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18대 국회 내내 싸우던 여야가 이번 정기국회 때는 잠잠할까 싶더니만 역시나 시끄럽다. "저도 직권상정하기 정말 싫다"며 "여러분이 정치력을 발휘해달라"는 국회의장이나 "상임위에서 입법활동할 수 있게 직권상정하지 말라"는 의원들 모두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 국회가 세계 최악이라는 외국 잡지의 평가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정치부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