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의 책마을 편지] 편지 14만통에 담긴 르네상스의 속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600년 전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프라토라는 도시에 한 상인이 살았습니다. 그의 이름은 프란체스코 디 마르코 다티니.시의원을 지낸 다티니는 세상을 떠나면서 프라토의 빈민들에게 전 재산인 7만 피오리노를 남겨 오늘날까지 존경받는 인물이지요.
그러나 가장 훌륭한 그의 유산은 14만통이나 되는 편지입니다.
미국 사학자 마르케사 이리스 오리고는 1870년에 발견된 편지를 바탕으로 그의 일생과 르네상스 시대의 생활문화사를 세심하게 복원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최근 번역돼 나온 《프라토의 중세 상인》(앨피 펴냄)입니다.
열다섯살에 프랑스 아비뇽으로 떠난 다티니는 무기와 포목,성화(聖畵) 거래 등으로 돈을 벌었지요. 33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뒤에는 프라토와 피렌체,피사를 오가며 직물 제조와 외국 양모 수입업으로 더 큰 부자가 됐습니다.
저자는 이 과정을 상업 도시들의 경쟁과 함께 자본주의가 고개를 들던 14세기 지중해 무역과 겹쳐 보여줍니다.
그는 돈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거래했고 고리대금업자라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은행 문을 열었지요. 그러면서 이윤의 상당 부분을 구호와 자선,예배당 건립과 교회 장식에 내놓았습니다.
그는 또 아비뇽과 피렌체,프라토를 오가느라 아내인 마르게리타와 26년이나 별거하며 '애증의 결혼생활'을 했습니다. 아내에게는 아이가 생기지 않았지만 혼외 관계에서 여러 자녀를 뒀는데,별거에 대한 아내의 불만과 서자녀 양육에 따른 갈등도 생생하게 기록돼 있습니다.
그는 아내에게 집안일을 맡기고도 살림 능력을 의심해서 쉴 새 없이 잔소리를 늘어놓았고 아내는 남편의 그런 태도가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반박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군요. 이들은 그러면서도 집안 대소사를 의논하며 부부의 정을 유지했고 공증인 라포 마체이와 우정을 나누면서 일생을 보냈습니다.
번역자의 표현대로 이 책은 '한 상인의 치열한 성공담'이고 다티니와 아내 마르게리타,친구 라포 마체이 등 3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휴먼 다큐멘터리'이며 '중세 결혼생활 백과'라 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읽어보세요.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
그러나 가장 훌륭한 그의 유산은 14만통이나 되는 편지입니다.
미국 사학자 마르케사 이리스 오리고는 1870년에 발견된 편지를 바탕으로 그의 일생과 르네상스 시대의 생활문화사를 세심하게 복원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최근 번역돼 나온 《프라토의 중세 상인》(앨피 펴냄)입니다.
열다섯살에 프랑스 아비뇽으로 떠난 다티니는 무기와 포목,성화(聖畵) 거래 등으로 돈을 벌었지요. 33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뒤에는 프라토와 피렌체,피사를 오가며 직물 제조와 외국 양모 수입업으로 더 큰 부자가 됐습니다.
저자는 이 과정을 상업 도시들의 경쟁과 함께 자본주의가 고개를 들던 14세기 지중해 무역과 겹쳐 보여줍니다.
그는 돈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거래했고 고리대금업자라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은행 문을 열었지요. 그러면서 이윤의 상당 부분을 구호와 자선,예배당 건립과 교회 장식에 내놓았습니다.
그는 또 아비뇽과 피렌체,프라토를 오가느라 아내인 마르게리타와 26년이나 별거하며 '애증의 결혼생활'을 했습니다. 아내에게는 아이가 생기지 않았지만 혼외 관계에서 여러 자녀를 뒀는데,별거에 대한 아내의 불만과 서자녀 양육에 따른 갈등도 생생하게 기록돼 있습니다.
그는 아내에게 집안일을 맡기고도 살림 능력을 의심해서 쉴 새 없이 잔소리를 늘어놓았고 아내는 남편의 그런 태도가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반박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군요. 이들은 그러면서도 집안 대소사를 의논하며 부부의 정을 유지했고 공증인 라포 마체이와 우정을 나누면서 일생을 보냈습니다.
번역자의 표현대로 이 책은 '한 상인의 치열한 성공담'이고 다티니와 아내 마르게리타,친구 라포 마체이 등 3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휴먼 다큐멘터리'이며 '중세 결혼생활 백과'라 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읽어보세요.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