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시행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노사 간 의견차가 한 발짝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양측의 합의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교섭창구 단일화''타임오프제'(노조 전임자의 일부 활동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골자로 하는 정부안의 추진 가능성이 힘을 받는 양상이다.

18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양대 노총과 경영단체,노동부,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복수노조 및 전임자 문제 해법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노사정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그동안 노사정위원회 내부에서 논의됐던 사안들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여서 500여명의 시민이 참관하는 등 노동계 안팎의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문제에 대해 진전된 사항은 전혀 없었다. 노사는 사안마다 첨예한 대립을 보였고 정부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행 눈앞에 두고 여전히 '백가쟁명'

다양한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복수노조를 허용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노사정 모두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협상 창구 단일화 방안을 놓고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국노총 김종각 정책본부장은 "다수대표제 방식의 창구단일화는 소수 노조를 배제한다는 측면에서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다"며 "모든 노조에 교섭권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 측은 창구가 일원화되지 않으면 빈번한 교섭으로 기업 경쟁력이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상의 박종남 상무는 "경영악화 상태에서는 1개의 노조만 더 생기더라도 큰 비용 증가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자율에 맡기는 게 이상적이지만 우리나라 노사관계 성숙도와 경쟁력 등을 감안하면 혼란을 방지해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해서도 노사가 다른 목소리를 냈다. 한국노총은 "공익위원들이 내놓은 '타임오프제'는 사실상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그대로 시행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노조활동 위축을 방지할 수 있는 개선된 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총과 대한상의 등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전 세계적 흐름"이라며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타임오프제는 편법적 임금지급 수단으로,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무력화하는 조치"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학계 전문가들도 사안마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백가쟁명'에 가세했다.

◆정부 "합의 안 되더라도 반드시 시행"

전문가들은 100여일 안에 노사 양측이 극적으로 타협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양보는커녕 지난 7월 노사정위원회에서 내놓은 절충안인 공익위원안까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익위원안을 담은 정부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뜻을 재확인했다. 전운배 노사협력정책국장은 "공익위원안은 노측과 사측의 의견을 적절히 반영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며 "노사 양측이 모두 공익위원안을 반대한다는 것은 공익위원안이 합리성과 균형성을 갖췄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언제까지 합의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며 "연말이 되기 전에 정부 입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