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인 한가위 연휴(10월2~4일)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맘때면 가족이나 친지,지인들에게 어떤 선물을 보낼까 고민하게 된다.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유통업계도 추석을 앞두고 바빠졌다. 추석 시즌은 한우 과일 등 신선식품의 경우 연간 매출의 15~20%에 달할 정도로 유통업계 최대 대목 중 하나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올 추석이 예년보다 늦은 점을 감안해 지난달 하순부터 예약 판매에 들어가며 일찌감치 명절 분위기를 조성했다. 편의점과 슈퍼마켓은 짧은 연휴로 대형 매장에 갈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선물세트를 대폭 늘렸다. 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도 다양한 기획전과 행사를 마련해 대목 잡기에 나서고 있다.

올 추석 선물세트의 트렌드는 'Health'(건강)와 'Organic'(친환경 · 유기농),'Polarization'(양극화),'Edge'(에지)의 영문 첫글자를 조합한 'HOPE'(희망)란 키워드로 요약된다. 신종플루 확산 여파와 친환경소비,소비 양극화와 다양화 등으로 이른바 'HOPE'선물세트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건강(Health)

신종플루 여파로 손세정제 등 항균 위생용품이 선물세트로 나온 점이 눈길을 끈다.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발빠르게 세정제 브랜드 '데톨' 선물세트를 준비했다. 손소독제,항균비누 등으로 구성해 1만4800~2만9000원에 판다.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 등 단체주문도 많아 조기 품절이 예상될 만큼 인기가 높다. 면역력 증진 효능이 알려지면서 인기를 끄는 홍삼 등 건강식품들도 각 매장에서 전진 배치됐다. 현대백화점은 흑마늘,홍삼 등 선물용 건강식품 물량을 지난해보다 두 배가량 늘렸고 신세계와 갤러리아는 수삼과 토종꿀을 혼합한 세트를 주요 상품으로 선보였다.

◆유기농(Organic)

올 추석에도 웰빙 · 친환경 트렌드에 맞춘 유기농 선물세트들이 대거 등장했다. 한우 등 각종 먹을거리부터 화장품 등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상품군에 '유기농'을 내건 선물세트를 찾아볼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유기농 사료와 키위를 먹여 키운 '유기농 한우 세트'와 농약,화학비료 없이 키운 고추로 만든 '안면도 유기농 태양초 고춧가루'를 내놨다. 현대백화점은 유기농 사과 · 배세트와 백화고,신세계는 유기농 쌀 '토골미'를 각각 선보였다. 일동후디스는 유기농 '올리브 오일''후디스 유기농 주스' 등 유기농 식품으로 구성된 선물세트 27종을 출시했다.

◆양극화(Polarization)

유통업계에서는 추석선물 패턴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심리로 프리미엄 선물세트를 선호하는 '가치형' 소비와 여전히 알뜰한 선물세트를 찾는 '실속형' 소비로 양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백화점뿐 아니라 대형마트,편의점 등에서도 중저가 실속형 상품과 고가 차별화 상품 등 양극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

이마트는 일반 천일염보다 10배 비싼 토판염으로 간을 한 '토판염 참굴비' 등 고가 상품군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1만~2만원대 가공식품 · 생활용품 세트도 작년보다 20% 이상 늘렸다. 현대백화점은 김 멸치 건과 한과 등 5만원으로 살 수 있는 실속상품인 '신사임당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에지(Edge)

독특한 서비스나 아이디어로 '에지'를 살린 추석 선물세트들도 많이 나왔다. 롯데백화점은 '영광법성굴비세트'에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음성녹음 카드를 함께 넣었다. 카드를 열면 영광굴비특품사업단장의 인사말이 육성으로 나온다. 현대백화점은 한우 선물세트를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매장에 한우 유전자(DNA) 검사 결과를 사진과 함께 게시하고 굴비세트 박스에는 굴비 길이를 잴 수 있는 자를 넣었다. 갤러리아는 '영광굴비세트'(20만원 이상)에 음성칩을 넣어 포장 개봉시 한가위의 마음을 전하는 인사말이 기본적으로 흘러나오고,고객이 원할 경우 매장에서 직접 목소리를 녹음해 선물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