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18일 6자회담에 복귀할 뜻을 내비친 것은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현실성 없는 양자대화만 고집하는 게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비핵화를 전제로 식량 · 에너지 지원 등 인센티브를 포함한 포괄적 패키지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빅딜에 나서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음 직하다.

북한은 지난 4월 장거리 로켓 발사 후 국제사회 제재에 대해 자신들의 평화적 우주이용권을 억압하는 것이라며 6자회담 '절대 불참'을 외쳐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18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특사인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의 강경입장을 사실상 철회했다.

북측의 '다자대화 용의'는 미국이 북 · 미 양자대화를 개최하는 조건으로 제시한 6자회담 복귀 약속을 충족시키는 것이어서 이르면 내달 초 북미 양자대화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한 대북 전문가는 "미국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에 대한 북한의 초청을 수용하기로 한 것 자체가 이미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읽었기 때문"이라며 "형식 자체는 과거 형태가 유지될지 알 수 없지만 사실상 6자회담이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7월 북한이 베이징에서 미국과 양자회담을 가진 뒤 6자회담에 복귀했던 것이나, 2007년 1월 베를린에서 역시 북 · 미 양자회담을 갖고 6자회담에 돌아온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북한의 이 같은 입장 선회는 내부의 정치 · 경제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셋째 아들인 김정운을 후계자로 내정하고 후계 체제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핵실험 이후 지속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부터 탈피해 각종 지원과 경제적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고립외교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특히 김 위원장이 다자대화를 언급한 대목은 현행 6자회담의 틀이 아니라 변형된 형태의 새로운 6자회담으로 새판짜기를 시도하려는 구상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북핵문제가 새로운 협상 국면으로 진입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