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경기논쟁이 2라운드에 접어드는 형국이다. 경기가 저점을 통과했느냐 여부에서 벗어나 이제는 경기 회복의 모양을 놓고 시각이 갈리고 있다.

관련 전문가와 예측기관들이 보는 시각은 실로 다양하다. 먼저 우리 경기가 회복할 것이라는 시각은 그 속도에 따라 'V'자형과 'U'자형으로 나뉜다. 같은 'U'자형 시각도 '나이키 커브론'과 '바나나'형으로 다시 갈린다.

또 앞으로 경기가 안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비관적인 시각도 회복 후 다시 침체되는 'W'자형과 침체 국면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L'자형, 극단적인 비관론인 '대공황론'이 있다. 여기에다 일부 시각이긴 하지만 잠재된 불안요인이 터질 때마다 경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트리플 W'자형과 '떡시루'형 의견도 있다.

지난주에는 우리 경기의 앞날이 '루트(√)'형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제시됐다. 수학 기호대로 해석한다면 지금의 회복세가 지속되다가 어느 단계에 도달하면 그 수준에서 정체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흔하지 않지만 경제사에서 한 국가의 경기에 희망과 불안요인이 동시에 있을 때 향후 정책추진 방향과 관련해 정책당국자들이 사용했던 용어다.

현 상황만을 놓고 보면 우리 경기는 그 어느 국가보다 희망적이다. 특히 가장 높은 투자수익이 기대된다는 뜻의 '글로벌 스위트 스폿'이라는 평가까지 받을 만큼 해외 시각은 긍정적이다. 이미 외국인 자금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코스피지수가 장중이지만 1700선을 돌파하고,원 · 달러 환율 1200원 선이 붕괴될 상황에 놓이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되는 데 결정적 힘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출구전략과 금리인상 가능성이 언급될 만큼 경기 앞날에 대해 낙관론이 팽배하다. 하지만 우리 경제 내부를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 보면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지적돼왔던 구조적 문제들이 다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됨에 따라 새롭게 위험요소가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조기 낙관론에 취해 금리를 올린다든가 하는 출구전략을 추진한다면 1930년대 '대공황'이나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처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또 출구전략과 금리인상을 추진하지 않더라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 문제점과 새로 가세되는 불안요인 때문에 지금의 회복세가 언제든지 멈출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경제발전단계 이론으로 보면 특정국의 경제가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시기가 정책당국자 입장에서는 가장 어려울 때다. 이제 막 싹이 돋은 '그린 슛' 단계인 경기를 '골든 골' 단계로 끌고가기 위해서는 희망을 계속 끌어가야 하는 동시에 내재된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루트'형 경기시각은 현재 정책당국자가 처한 입장과 정책추진 방향을 함께 잘 함축한 용어로 풀이된다.

앞으로 우리 경기와 관련한 정책은 그동안 지속된 큰 줄기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회복세가 가시화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들은 정책 기조를 바꿔서 대응하기보다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서기 이전까지는 그때그때 발생하는 부작용을 치유하는 선의 정책을 동원하는'미세조정'으로 대응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논란이 되는 출구전략은 G20 회원국과 보조를 맞춰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G20처럼 독특한 체제에서 의장국이 된 우리 입장에서는 보조를 맞추기로 한 출구전략을 경기회복이 좀 빠르다고 해서 먼저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또 출구전략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금리를 곧바로 인상하기보다는 '착시현상 제거→리버스 오퍼레이션→금리인상' 순으로 단계별 혹은 시나리오별로 추진하는 쪽으로 의견이 수렴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루트'형 경기회복론이 제시됐다고 해서 코스피지수의 상승세가 멈출 것이라는 일부의 비관론 내지 신중론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의 일관된 정책 방향으로 우리 경기회복세를 계속해서 끌고간다면 주가는 추가 상승할 수도 있다.

현 시점에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이는 외국인들과 대량 매도하는 국내 기관투자가 간 투자 성과가 앞으로 일정 시점이 지난 후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가 자못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