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키우기 위해 직장을 떠났던 미국의 고학력 가정주부들이 다시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남편의 해고와 자산가치 하락으로 전업주부들이 적극적으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경기침체로 가계소득이 감소하면서 일을 그만둔 지 꽤 오래된 고학력 주부들 중 직장을 구하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고 19일 보도했다.

배우자와 함께 사는 대졸 학력 25~44세 여성 중 일을 하고 있거나 일자리를 찾는 사람의 비중은 올 상반기 78.4%로 2007년 동기의 76%에 비해 높아졌다. 이는 경기침체기에 실직자가 늘어나면서 구직을 단념하는 사람도 증가하기 때문에 취업자나 취업을 하려는 사람의 비중이 하락하는 것에 비해 대조적인 현상이다. 이 기간에 같은 연령대의 남성 중 일을 하고 있거나 일자리를 찾고 있는 사람의 비중은 97.4%에서 97.1%로 떨어졌다.

변호사로 일하다 직장을 그만둔 지 20년 된 트루디 푸츠로씨는 최근 다시 일을 시작했다. 금융시장 추락으로 투자 손실이 컸던 데다 교육비,의료비 등의 부담으로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퍼트리샤 스마트는 남편이 해고되자 노스캐롤라이나 샤롯에 있는 와코비아에 취직했다. 14년 전에 그만뒀던 은행 업무를 다시 시작한 것이다.

캘리포니아 헤이스팅스대의 조앤 윌리엄스 워크라이프센터 소장은 "경기침체 이후 해고된 사람들의 78%가 남성이기 때문에 남편 혼자 벌이를 하던 가정은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그동안 일을 하지 않던 주부들도 일을 찾도록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