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업계 4위인 하나금융지주 주가가 이달 들어 연일 강세다. 외국계투자자들이 잇단 '러브콜'을 보내며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하나금융지주를 사 모으는 가장 큰 이유로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원화강세)를 꼽았다. 환율차익을 노리고 유동성이 풍부한 은행주를 집중 매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지주는 특히 환율하락시 파생관련 충당금 환입액이 크게 늘어 수익성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50원 내려가면 700억~800억원 가량 충당금이 환입된다.

◆9월들어 주가 22% 상승…外人 570억 순매수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22% 가량 뛰었다.

9월 첫 거래일부터 21일까지 15거래일 동안 단 4거래일만 하락했을 뿐이다. 지난달 31일 3만2000원대에서 거래되던 주가도 지난주에는 1년(52주) 신고가인 4만13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외국계투자자의 강한 매수세가 이같은 주가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에만 145만주 가량을 샀다. 572억원 어치다.

외국인이 하나금융지주를 집중 매수한 것은 환율차익이 투자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구경회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의 수급적인 측면에서 보면 원·달러 환율 하락은 외국인 순매수를 유발한다"며 "2004년 이후 서브프라임 사태 전까지 두 번의 원화가치 상승 구간에서 외국인이 은행주를 대량 매수했던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원화가치가 상승한 구간은 2004년 11월~2005년 5월, 2005년 12월~2006년 5월 두 차례뿐. 이 구간에서 외국인이 각각 3100억원과 4200억원씩 국내 주식을 샀고, 각 구간에서 외국인 순매수 물량중 은행의 비중은 각각 25%와 19%를 차지해 은행의 시가총액 비중(각각 11%, 13%)을 웃돌았다는 것.

구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원화강세 구간에서 환율 차익을 노리고 국내 주식을 많이 사며, 그 중에서도 주식유동성이 풍부한 은행주를 많이 매입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은행주는 대주주 지분율이 낮고 일반 투자자(기관, 외국인 포함)의 비중이 높아 시가총액 대비 주식거래가 활발한 편이다. 하나금융지주의 대주주인 싱가포르 투자회사(Angelica Investments PTE.LTD)의 지분율은 9.62%(2008년 12월31일 기준)다.

◆상승여력 16%…"원화강세만 보면 은행주 중 최고 유리"

시장전문가에 의해 가장 최근 책정된 하나금융지주의 적정주가는 4만6000원이다. 현재 주가(3만9350원, 18일 종가 기준)대비 16% 이상 상승여력이 있는 것이다. 파생관련 충당금의 환입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는 주장이다.

HMC투자증권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은행주 중에서 하나금융지주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며 "태산엘시디 파생관련 충담금이 환입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이 50원 하락할 때마다 약 700~800억원의 충당금이 환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최근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 초반으로 내려간 것은 하나금융지주의 3분기 실적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증권사는 "기존에 3분기말 원·달러 환율을 1240원으로 가정하고, 하나금융지주의 3분기 연결순이익을 2282억원을 예측했으나, 최근 원화강세로 인해 309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